'중고차 값' 불확실성에 플릿 도입 관망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비야디(BYD), 지커(Zeekr)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렌터카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초기 구매 비용은 낮지만 '중고차 잔존가치'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회수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올 상반기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출시가 예고되면서 중국 전기차의 국내 공략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 주요 렌터카 사업자들은 중국 브랜드 차량의 대량 도입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잔존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렌터카 사업은 차량을 매입해 일정 기간 렌탈 운영한 뒤 매각을 통해 가치를 회수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차량 가치 하락 폭은 곧 수익성과 직결되며, 중고차 시세 예측은 사업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업계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와 서비스망, 정비 인프라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치 유지력을 중요한 도입 기준으로 삼는다. 현대차·기아 등 잔존가치가 안정적으로 형성된 브랜드 중심으로 플릿(렌터카·법인 차량 등 대량 운용 시장)을 구성해 온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입장에서 렌터카 시장은 초기 확산을 가속할 수 있는 효과적인 유통 채널로 꼽힌다. 대량 공급을 통해 도로 노출도를 높이고 소비자 경험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중고차 유통 구조를 빠르게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YD 국내 진출 초기에는 SK렌터카가 차량을 대량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SK렌터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이라는 점이 맞물리며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됐다.
업계에서는 이 사례가 중국 제조사의 확장 전략과 렌터카 사업자의 수익성 판단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플릿 공급이 시장 안착에 유리하지만, 렌터카 기업은 장기 잔존가치와 수익성 리스크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은 차량 매입부터 매각까지 이어지는 구조"라며 "중국 전기차는 중고차 시세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잔존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잔존가치가 불확실하면 대여료 산정과 수익률 판단이 어려워 대량 도입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인식과 서비스 네트워크 역시 변수다. 단기 체험 수요와 달리 장기 렌트 시장에서는 브랜드 신뢰도와 유지비, 정비 접근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중국 브랜드 차량은 아직 시장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렌터카 업계가 실제로 주목하는 시점은 현재 시세가 아니라 운용 종료 시점인 3~5년 후 매각 가격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변화와 기술 발전 속도, 보조금 정책 등 변수가 많아 장기 잔존가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전기차의 국내 확산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판매량보다 '잔존가치 곡선'을 지목한다. 중고차 가격 방어 능력이 확보돼야 렌터카·리스·기업 차량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중고차 시세에 대한 시장 데이터가 쌓여야 도입 여부를 본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