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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DMZ 평화적 활용, '정전협정·유엔사'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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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전 특전사령관
최근 국회 'DMZ 평화적 이용법' 발의
장기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목표지만
정전협정 존중·UNC 역할 내 논의 필수
단순 상징 공간 아닌 군사적 완충장치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비무장지대(DMZ) 평화적 이용 지원법안'은 한반도의 상징적 공간인 DMZ를 평화·교류의 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겉보기의 평화지향적 이미지와 달리 정전협정이 지탱해 온 한반도 안보질서의 기본 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국 정전협정은 전쟁을 끝낸 합의가 아닌 전투행위를 '중지'시키는 군사적 조치였다.

◆정전협정, 군사충돌 억제 '법적 기반'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前 특전사령관)

따라서 평화체제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현재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유일하고 핵심적인 법적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DMZ는 이 체제의 중심축이며 협정 제1조에 따라 유엔군사령부(UNC)가 그 설치와 관리, 통제 권한을 행사하도록 명시돼 있다.

법안이 제안하는 DMZ 출입 절차의 국내 이관은 이러한 기본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정전협정의 직접 서명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협정의 이행 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국제법상 '합의는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협정의 핵심 조항을 국내 입법으로 수정하려는 시도는 UNC의 권한을 약화하고 향후 국제사회 내 법적·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전협정 무효화' 北 논리 강화 우려

또 DMZ는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지대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민간 활동이라도 본질적으로 안보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출입 인원의 증가나 활동의 다양화는 감시·대응 체계에 변수를 만들어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UNC가 다국적 협의와 감독을 통해 DMZ 통제를 수행해 왔다. 정치적 차원에서 볼 때 이번 법안은 북한이 주장해 온 '정전협정 무효화'와 'UNC 해체' 논리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북한은 남한을 배제한 양자협상을 주장하며 UNC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부정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UNC의 권한을 약화하는 조치는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의 외교·선전 논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나아가 한미 연합 억제체제의 법적 정당성과 위기관리 체계에도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관광자원 아닌 정전·전쟁 '법적 완충장치'

국제 사례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냉전기 베를린 통행체제나 시나이반도 평화유지 체제에서 볼 수 있듯 분쟁완충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철저한 국제적 합의와 감독 아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한 당사국의 일방적 조치는 체제의 불안을 초래할 뿐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DMZ의 평화적 활용은 장기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그것은 정전협정을 존중하고 UNC의 역할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

정전체제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는 접근은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

DMZ는 단순한 상징이나 관광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정전과 전쟁 사이의 법적·군사적 완충장치이다.

평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상징적 조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한반도의 안정을 보장하는 현 체제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적 이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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