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사 권리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워…헌법상 권리 재확인 불과"
이미 대법 심리 중인데 재추진…'행정력 낭비' 지적 불가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또 다시 폐지 기로에 놓이면서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사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시의회 폐지 의결에 서울시교육청은 재의 요구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과거 법원은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구체화한 내용'이라며 조례를 유지해야 한다고 수차례 판결한 바 있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대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의결한 서울시의회에 대해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16일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재석 86명 중 찬성 65명, 반대 21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11대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이 현장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제약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폐지를 거듭 추진해 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교육청, 청소년단체 등은 조례가 강제적 두발·복장 제한과 차별·낙인 등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반박한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과거에도 있었다. 교육부는 2013년 전북학생인권조례 의결 이후 상위법 위반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요청했다가 불발되자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15년 5월 "조례가 교사나 학생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고 법령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며 조례 효력을 인정했다. 체벌 금지 조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범위 내에 있고, 복장·두발 및 소지품 검사 제한도 필요한 경우 학칙으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해 과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2017년 12월부터 성별, 종교, 가족 형태,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면서 종교계 반발도 컸다. 서울디지텍고 교장을 지낸 곽일천 전 교장 등이 무효확인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2018년 9월 조례가 헌법상 권리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해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도 2019년 12월 혐오표현 금지 조항과 관련한 헌법소원을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이번 폐지안은 2023년 초 주민조례 청구 접수로 발의됐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는 수리·발의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고, 되살아난 폐지안이 1년 3개월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는 별도의 폐지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4월 새로운 폐지안을 발의해 의결했고, 조희연 전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했으나 시의회는 재의결했다. 이후 조 전 교육감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현재 본안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학생인권조례 내용이 상식선에서 현저히 벗어난다거나 해외 학생 인권 정책과 비교해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조례 자체를 무효화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학생 인권 보장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는 작용·반작용의 관계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로 교사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도 법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라고 봤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6일 의결 직후 절차를 거쳐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재의 요구에도 재차 의결될 경우 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이미 심리 중인 사안을 다시 의결하는 건 행정력 낭비"라며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노력 대신 가장 쉬우면서도 급진적인 방식을 택했다"라고 서울시의회를 지적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