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수급 왜곡 완화...해제시점에 물량 폭탄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지난 7월 1일 전격 시행된 'IPO(기업공개)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이 도입 반년이 지났다. 강제 공모주 보유물량 확약 확대가 4분기 IPO 시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보호예수 해제 시점을 전후로 한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분명했으나, 일정 시점에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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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상장된 기업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을 조사한 결과 평균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약 62.3%로 집계됐다. 이는 제도 시행 직후인 11월 평균(48.1%)을 10%p 이상 상회하는 수치이며, 상반기 평균(9.8%)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폭증세다.
기관이 물량 확보를 위해 의무보유확약 비중을 높이면서 시장 유통물량이 감소하게 되어 일시적으로 시초가 및 상장 초기에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바 '품절주' 효과다. 실제로 4분기 상장한 종목 대다수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100%에서 최대 30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상장 기업들의 확약 해제일이 다가오면서 주가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이노테크의 경우 확약 비중 89.4%를 바탕으로 상장 당일 '따따블'에 성공했으나, 15일 확약 물량이 풀린 지난 8일 대규모 매도세가 유입되며 하루 만에 14.15% 급락했다.
큐리오시스 역시 97.89%라는 확약률에도 불구하고, 유통 물량이 21%에서 32%로 늘어난 해제 시점 전후로 15.4% 하락하며 고전했다.
'옥석가리기' 승자가 된 기업도 있었다. 씨엠티엑스는 상장 1개월 뒤 유통 가능 물량이 31.99%에서 53.58%로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9만9700원을 기록하며 상장 당일 종가(9만 100원)를 상회하는 기염을 토했다.
더핑크퐁컴퍼니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상장 직후 급락을 반복하며 공모가(3만8000원)를 하회한 더핑크퐁컴퍼니는 12월 15일 기관 물량 해제 시점을 앞두고 2만원선까지 밀렸다. 이후로도 해제 기점이 다가올 때마다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는 등 시장의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높은 확약률이 만드는 '수급의 마법'이 상장 초기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들이 물량 배정을 위해 60%가 넘는 확약을 걸면서 상장 당일 유통 물량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지만, 이는 결국 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을 특정 시점에 응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4분기 상장사들의 상장 당일 상승 폭이 점차 둔화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유진투자증권은 "기관의 확약 비중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인 주가 급등 현상이 나타났으나, 초기 기업 대비 상승 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점차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결국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확약 비중'이 무조건적인 주가 상승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규 상장기업에 투자할 경우, 의무보유 해제일 전후의 변동성에 유의하며 투자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확약 비중이 높다는 수치만 믿기보다, 15일이나 1개월 등 단기 확약에 매물이 쏠려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며 "결국 보호예수 해제 이후에도 보유할 가치가 있는 우량주인지가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