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와 조단위 계약 성사로 플랫폼 기술력 입증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연말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며 주목을 받고 있는 알지노믹스가 일반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비상장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조 단위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경쟁력을 입증한 데 이어 회사가 보유한 RNA(리보핵산) 편집·교정 기술의 희소성이 기대를 모았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알지노믹스는 오는 18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9~10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871.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기관투자자 청약에서도 총 2229개의 기관이 참여해 848.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최상단인 2만2500원에 확정했다.

특히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신규 IPO 기업 중 가장 높은 확약 비율을 기록해 신뢰도를 높였다. 기관 청약 전체 주문 물량 중 74.3%가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했으며, 6개월 확약 비율은 31%를 기록했다.
2017년 이성욱 단국대학교 교수가 설립한 알지노믹스는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과 차별화된 RNA 치환효소 기반 편집·교정 플랫폼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나의 치료제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RNA를 절단함은 물론 접합과 치환 등 3가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표적 RNA를 절단하는 것을 넘어 치료 효능이 있는 RNA를 접합해 구간 단위로 교체해 다양한 돌연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확장성이 높은 셈이다. DNA를 직접 건들이지 않고 RNA 단계에서 편집, 교정한다는 점 또한 안전성 측면을 높였다.
알지노믹스는 이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혁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RZ-001'은 간암과 교모세포종을 타깃으로 한 항암유전자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받았다. 현재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RZ-003'는 전임상 단계로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맺고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RZ-004'는 전임상에서 시력 유지, 개선 효력을 확인했다.
회사의 기술력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 성과로도 입증됐다. 알지노믹스는 앞서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RNA 편집 플랫폼을 활용한 유전성 난청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1조9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비상장 국내 바이오 기업이 자체 기술만을 앞세워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점이 IPO 이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릴리가 유전성 난청을 유발하는 복수의 표적을 제시하면 알지노믹스가 이에 대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임상과 임상, 생산, 상용화는 릴리가 담당하며, 릴리가 새로운 표적을 제시할 때마다 알지노믹스는 선급금을 받고 후보물질을 전달하면 단계별 마일스톤을 받는 구조다. 연구개발비는 릴리가 별도로 부담한다. DNA를 직접 변형하지 않는 알지노믹스 기술의 안전성이 플랫폼 도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한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기술의 차별성을 인정해 회사를 '국가전략기술 1호 기업'으로 인증했다. 정부가 기술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국가 차원의 육성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신설된 초격차 기술특례제도 상장에 도전했다.
알지노믹스의 기술 경쟁력과 기술이전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면서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술력을 앞세운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바이오텍 에임드바이오는 상장 당일 공모가(1만1000원) 대비 300% 급등하면서 바이오 IPO 시장에서 초기 수요 폭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상장 이틀째에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져 상한가를 기록, 장중 시총이 3조원대까지 확대됐으며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0% 가까이 오른 7만2600원까지 상승하며 또 한 번의 상한가 기록을 세웠다.
시장에서는 알지노믹스 역시 유사한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NA 편집이라는 희소성 있는 기술과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계약, 높은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 등이 상장 초기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동시에 중장기 기대를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높은 청약률은 저희 기술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지만, 최근 코스닥 제약·바이오 섹터 분위기가 활성화되면서 수혜를 입은 영향도 있다"며 "회사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기관과 일반 투자자 수요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