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적으로 재판부 구성하려는 시도가 문제"
尹 측 "유죄 전제 법안" 즉각 반발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재판의 항소심을 담당할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이 현실화된다.
지난 23일 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찬성 175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기존 법안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꺼지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추천위원회' 조항을 삭제하는 등 두 번의 수정을 거쳤다.
24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법안 자체는 현행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법안이 특정 사건에 대해 사후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차원에서 나온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 등장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1심 재판과 항소심 재판은 각각 전담재판부가 속한 서울중앙지법 및 서울고법 전속관할로 규정한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 2개 이상 전담재판부를 두고, 각 전담재판부는 심리기간에 대상 사건 심리만 전담한다. 각 전담재판부는 판사 3인의 '대등재판부'로 구성하고 1명을 재판장으로 한다.

대등재판부는 판사 3명이 대등한 위치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부장판사 1명이 재판장으로서 사건 심리를 지휘하고, 배석판사 2명이 재판장의 의견을 따르는 합의재판부와는 차이가 있다.
앞서 대법원은 자구책 성격으로 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이는 무산됐다. 예규안과 통과된 법안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법원장 재량의 유무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예규안에 따르면 재판부 지정을 법원장 재량에 맡기지만 법안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판사회의를 거쳐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법원 사무분담위원회는 이 기준에 따라 1주일 내 사무를 분담해 판사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즉 법안은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를 활용하는 게 골자다. 기존 판사회의는 자문 역할을 하는 기구였지만, 의결 권한이 부여되며 역할이 커졌다. 앞서 크게 논란이 됐던 후보추천위원회 조항 삭제 등 법원에 상당 부분 재량권을 주는 등 절충적인 성격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우선 서울고법은 법 통과 하루 전인 22일 전체판사회의를 통해 현재 14개였던 형사재판부를 2개 확대하기로 했다. 전담재판부의 숫자, 구성 시기 등이 서울고법 사무분담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 예정이다.
가장 큰 쟁점은 무작위 배당 원칙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다. 현재로서는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기존 부패·선거 전담 재판부와 같이 2~3개 재판부를 정하고 무작위로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법 판사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성명에 공감을 표했다. 경실련은 전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통과된 후 '사법 독립의 제방을 무너뜨리는 개미구멍'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그는 "지금 통과된 법안은 절차나 사무분담 등이 현행과 비슷하게 만든 측면이 있어 당장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지만, 애초에 이 법안이 특정 사건을 보고 사후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는 게 문제"라며 "앞으로 외부에서 관여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안이 등장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는 모든 판사가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뒤숭숭했던 사법계 내부에서는 일단은 한숨 놓는 분위기다. 한 부장판사는 "최근 사법부 내에 너무 큰 일이 많이 벌어져서 판사들 대부분 밤에 잠도 못 잤다"라며 "그나마 기존 법안이 수정돼서 다행인 측면은 있다"라고 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법안 통과 직후 크게 반발했다. 전날 변호인단은 "내란전담재판부는 명칭 자체로 확정 판결 전에 유죄를 전제하고 있고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등을 예고했다.
100win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