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애플·AMD 가세…초기 물량 경쟁 예고
HBM 없는 AI 추론칩…AI 반도체 포트폴리오 확장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자산을 인수하면서, 그록과 협력해온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록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선단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실제로 검증한 첫 팹리스 고객으로,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팹) 가동 이전부터 협업에 나섰다. 테슬라와 애플, AMD 등 글로벌 빅테크까지 테일러 팹 고객으로 합류하면서, 가동 이후 초기 물량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테슬라까지 가세한 테일러 팹…그록의 선제 베팅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그록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선단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실제로 검증한 첫 번째 팹리스 고객이다.
그록은 지난 2023년 8월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위해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사업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록은 구글에서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을 주도한 조너선 로스가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AI 반도체 팹리스다.
양사는 AI 추론용 반도체를 공동 설계·제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SF4X(4나노) 공정에서 LPU(Language Processor Unit, 언어처리장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록은 자체 개발한 '텐서 스트리밍(Tensor Streaming)' 아키텍처를 적용해 처리량과 지연 시간, 전력 효율, 칩 면적, 메모리 용량 전반에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록의 LPU가 생산될 공장은 현재 가동을 준비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이다.
당시 테일러 공장은 지난해 가동이 예상됐으나, 글로벌 파운드리 수요 둔화로 주요 고객사 확보가 지연됐다.
여기에 공정·설비 계획 조정과 미 정부 보조금 협의 등 투자 환경 변화가 겹치며 가동 시점이 조정됐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1년 사이 애플과 테슬라, AMD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잇달아 확보하면서 테일러 현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현지 인력과 협력사, 공사 현장 채용이 늘어나는 등 내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또 일부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미 테일러 공장에 자신의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테일러 팹은 클린룸 완공 이후 장비 반입과 초기 양산라인 구축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그록을 비롯해 현재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의 주문이 줄을 선 만큼 가동 초기에는 생산 여력이 빠듯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 협업은 투자 관계로 이어졌다. 그록은 지난해 8월 블랙록,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시스코 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한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서 6억4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가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당시 그록의 기업 가치는 28억 달러로 평가됐다.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설립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전략 투자 펀드로, 반도체와 AI, 차세대 컴퓨팅 분야의 중장기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HBM 의존 낮춘 AI 칩 부상…삼성의 또 다른 승부수
그록의 LPU는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이 아닌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칩 내부에 집적된 S램(SRAM)을 활용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S램은 속도는 빠르지만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다수의 LPU 칩을 연결해 사용하면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학습용보다 AI 추론용으로 사용할 때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AI 추론칩을 선단 공정에서 구현하는 제조 역할을 맡게 된다. 이미 HBM 시장에서 핵심 공급사인 삼성전자는 HBM 의존도를 낮춘 AI 반도체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강자에 머물지 않고, 차세대 AI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