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는 금리 인하의 정치판 변수
AI 생산성 희망과 버블 리스크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대다수의 투자은행(IB)은 2026년 자산시장의 골디락스를 기대한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지고, 기준금리는 천천히 질서있게 내려간다는 그림이다.
이 같은 조합은 주식과 신용, 위험자산까지 시장 전반에 우호적이다. 많은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채권은 상방이 열리고, 주식은 조정마다 매수 기회'라는 문장을 거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으로 반복한다. 문제는 이렇게 모두가 같은 장면을 상상할 때 진짜 리스크는 보통 그 바깥에서 온다는 점이다.
본지는 AI 도구를 활용해 방대한 매크로·시장 데이터를 동시에 훑어 보며, 2026년 '골디락스 컨센서스'가 어긋날 수 있는 네 개의 약한 고리를 찾아냈다.
◆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끈질긴 인플레' 시나리오 = 컨센서스의 전제부터 점검해 보자. 시장이 기대하는 건 '성장은 안 꺾이되, 인플레만 부드럽게 식어가는' 경로다. 중앙은행은 이 경로 위에서 천천히 금리를 내리며, 금융 여건은 조용히 완화된다.
AI로 최근 10여 년간의 물가·임금·서비스 가격 데이터를 클러스터링해 보면, 한 가지 불편한 패턴이 도출된다. 상품 인플레는 빠르게 꺾였지만, 서비스·주거·의료·돌봄처럼 구조적으로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는 영역은 여전히 '끈적끈적한' 상승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임금과 연동된 이 부문에서 하방 경직성이 유지되면, 헤드라인 물가가 목표 근처에 머무르더라도 중앙은행 입장에선 진정한 안도감을 갖기 어렵다.

여기에 에너지·전력망·AI 데이터센터 투자로 인한 새로운 수요 압력, 그리고 재정지출 축소에 대한 정치적 난색이 겹치면 인플레는 더 이상 문제 아니라는 시장의 전제가 서서히 흔들릴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폭이 줄어드는 순간, 주식·크레딧·부동산까지 골디락스의 '금리 축' 전체가 뒤틀린다.
◆ 보이지 않는 인프라 위기 = 두 번째 약한 고리는 에너지와 전력망이다. 2020년대 초반의 인플레 쇼크가 공급망·에너지에서 촉발됐듯, 2026년에도 물가와 성장 경로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트리거는 여전히 이 영역이다.
AI와 데이터센터, 전기차·배터리, 재생에너지 전환까지. 숫자로만 봐도 전력·광물 수요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그에 비해 송배전망·발전소·광산 투자는 허가·환경·지역 반발에 막혀 느리게 움직인다. AI 모델로 전력수요 전망과 현재 투자 계획을 엮어 보면, 몇몇 선진국·신흥국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 전력 부족이나 급등한 요금, 잦은 블랙아웃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장은 단순한 에너지 섹터를 넘어선다.
제조업·데이터센터·물류가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률 하향 조정과 기업 이익 감소가 나타나고, 동시에 비용 측면 인플레가 되살아난다. '성장도 괜찮고 물가도 괜찮다'는 골디락스 전제가 한 번에 깨지는 구도다.
◆ 정치가 깨뜨리는 '점진적 금리 인하' = 2026년은 정치 일정도 만만치 않다.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고, 유럽에선 프랑스가 지방 및 상원 선거를 치른다. 영국도 정치 상황에 따라 조기 선거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국은 이미 재정적자·부채 한도 논쟁이 고착화된 상태다. 표심은 성장과 일자리, 복지에 예민하고, 긴축과 증세에는 본능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AI를 이용해 과거 선거 전후의 재정정책·국채금리·신용스프레드 변화를 분석해 보면, 공통된 패턴이 하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정치권은 단기 부양책으로 대응하고, 그 비용은 장기 국채와 통화에 전가된다. 이번에도 포퓰리즘 압력이 커질수록 "완만한 재정 정상화"라는 전제는 현실에서 멀어진다.
여기서 글로벌 자금의 시선은 국채로 향한다. 이미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 위에 재정 불확실성이 얹히면,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별개로 장기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 정책금리는 내렸는데, 시장금리는 잘 안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골디락스는 다시 균열을 맞는다.
◆ AI의 역설, 생산성 희망과 자산버블 사이 = 골디락스의 배경에는 AI가 성장과 생산성을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데이터상으로는 아직 이 기대와 현실 사이에 간극이 남아 있다.
AI로 국가·산업별 생산성과 IT·AI 투자 비중을 비교해 보면, 소수 빅테크·일부 서비스업에서만 생산성 개선이 또렷이 관찰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투자 → 생산성" 고리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자산시장은 이미 "머지않아 전 경제로 파급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가격을 올려 놨다.
이 괴리가 유지되는 동안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 둔화나 규제 강화, AI 성과에 대한 실망이 겹치는 순간 시장은 "성장 프리미엄을 덜어 내겠다"고 결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성장·밸류에이션·위험 선호 전반을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골디락스가 끝나는 방식은 언제나 그렇듯 기대의 리프레이밍(reframing)에서 시작된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