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시장 바닥 신호 포착
중국·규제 등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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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2025년 들어 다나허는 서서히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이자 회복의 초입이라는 그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업체는 1.70달러 가량의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고, 코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 또는 횡보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개선을 전제로 연간 가이던스를 7.60~7.80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2분기에는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가 각각 전년 대비 각각 4%와 3% 증가를 기록했고, 특히 바이오프로세싱 부문이 코어 성장률 6~8%로 그룹 내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였다. 3분기 발표에서는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상단에 근접한 실적 달성이 가능하다는 톤을 유지했다.
미국 펀드 평가 업체 모닝스타는 2025년 연말 보고서에서 "다나허는 2025년을 견조하게 마무리했지만, 2026년 초기 가이던스는 시장의 일부 기대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라고 평했다. 회사는 2026년 코어 매출 성장률을 한 자릿수 중반, 조정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의 안정적 성장 궤도로 복귀하는 그림에 가깝다.
월가의 시각은 대체로 과열에서 정상으로 진행중이라는 데 수렴한다. 마켓비트(MarketBeat)와 주요 투자은행(IB)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애널리스트 다수의 투자의견은 '매수' 또는 '비중 확대'에 가깝고, 평균 목표가는 240~260달러 구간에 형성되어 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밸류에이션을 부담으로 지목하며, 바이오프로세싱 회복이 예상보다 느릴 경우 목표가 하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컨센서스 기준 2026년 조정 주당순이익(EPS)는 2025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성장, 매출은 4~6% 성장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대략 20배 후반~30배 초반 사이로 추산되며, 이는 다나허의 과거 10년 평균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헬스케어·바이오 툴즈 섹터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비이성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나허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세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바이오프로세싱과 진단 자동화, 그리고 고마진 툴즈의 집중이다.
바이오프로세싱은 가장 직관적인 성장 동력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항체 의약품에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RNA 치료제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고도로 통제된 생산 공정과 일회용 소모품, 공정 분석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싸이티바(Cytiva)와 다나허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부문은 이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2025년에도 코어 매출이 그룹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승인된 셀 및 유전자 치료제 수가 늘어날수록 상업적 생산 단계의 반복 수요가 '파이프라인의 꼬리'를 길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

진단 사업에서는 검사량 증가와 자동화 및 디지털화가 결합된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임상 검사 건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꾸준히 늘고 있고, 병원과 검사실은 인력 부족과 비용 압박 속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통합 IT 솔루션을 찾는 실정이다.
베트만 쿨터 다이어그노스틱스(Beckman Coulter Diagnostics)의 자동화 라인과 라이카 바이오시스템스(Leica Biosystems)의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이런 트렌드에 맞물려 있다. 특히 병리 영상의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판독 보조는 향후 수년간 캡엑스와 소모품 수요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생명과학 부문은 단기적으로 가장 취약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비와 과학 인프라 확대에 힘입어 다시 한 자릿수 중반대 이상의 안정적 성장 궤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애널리스트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 연구비와 대형 제약사의 연구개발(R&D) 예산, 그 밖에 기초 및 응용 연구를 위한 장비 업그레이드 수요는 경기보다는 정책과 과학기술 전략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다나허가 고부가가치 분석 장비와 고정 고객 기반의 소모품에 더 집중한 만큼 사이클이 돌아왔을 때 레버리지 효과는 과거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견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다나허의 호재는 비교적 명확하다. 우선, 포트폴리오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고마진 및 고반복 도구와 소모품 비중이 크게 올라갔고, DBS를 통한 운영 개선 효과로 마진 체질도 개선되고 있다.
둘째, 바이오프로세싱과 진단 부문에서 이미 수요 바닥 통과 신호가 나오고 있어 2026~2027년에는 매출과 마진이 동시에 개선되는 시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 셋째, 강력한 잉여현금흐름(FCF)과 건전한 재무 구조 덕분에 경기 국면과 무관하게 매력적인 인수합병(M&A)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소위 '옵션 가치'를 손에 쥐고 있다.
리스크 역시 간단치 않다.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바이오 투자와 연구비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게 부진한 경우다. 초기 단계 바이오텍과 학술 연구는 고가 장비와 고급 시약·소모품 수요의 중요한 원천인데 기업공개(IPO)와 벤처 자금이 오래 막히면 다나허의 생명과학 부문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중국 관련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로컬 경쟁사 성장, 가격 압박은 생명과학 및 진단 장비 업체 전체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고, 다나허 역시 일부 분기에서 중국 시장의 부진을 실적 요인으로 언급했다.
정책과 규제 리스크도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의료비 절감 정책, 병원과 보험사의 가격 협상력 강화는 진단 장비 및 시약의 가격과 마진을 장기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더불어, ESG·규제 환경 변화가 바이오프로세싱에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과 소모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일부 제품 포트폴리오에는 추가적인 연구개발(R&D) 및 전환 비용이 필요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 리스크가 남는다. 다나허는 여전히 섹터 평균보다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고 있는데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과 과거 성과 내역만 보면 어느 정도 정당화 된다. 하지만 2026년 이후에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한 자릿수 중반에 머물거나 바이오프로세싱 회복이 기대보다 더디다면 시장은 다시 한 번 프리미엄을 더 줄 만큼 성장 스토리가 강한가를 따져보게 될 전망이다.
다나허는 생명과학·진단·바이오프로세싱이라는 구조적 성장 시장에 깊숙이 뿌리내린 고마진 툴즈 기업이지만 아직 팬데믹 특수 이후의 조정기를 아직 완전히 빠져나온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장기 투자자라면 바이오 및 진단 수요의 회복 속도와 중국 및 연구 시장의 방향, 인수합병(M&A)과 포트폴리오 재편의 질, 그리고 DBS가 만들어내는 마진 개선 궤적을 꾸준히 추적하면서 프리미엄을 다시 받을 만한 성장주인지 아니면 성숙한 우량주인지를 가려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