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ICE 복합단지 조성 목표
2년째 사전협상 공회전…AI특구 연계성 조율
"대규모 개발 신중" vs 일각 "공공기여 부담"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이달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202번지 '더케이호텔서울(The-K Hotel Seoul·이하 더케이호텔)' 부지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난 30여 년간 양재동 일대의 랜드마크로 자리했던 호텔 본관은 이미 영업을 종료했고, 부지 외곽에는 '출입금지(철거예정 부지)' 안내문이 부착된 초록색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인근에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과 달리, 예상 사업비 7조원에 달하는 약 9만8820㎡ 규모의 이 부지는 현재 개발이 멈춰 선 상태다.
◆ 사전협상 2년째 공회전…AI특구 연계성 조율

'더케이호텔 부지 재개발 사업'은 현재 서울시와의 인허가 협상 단계에서 사실상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당초 2025년 내 사전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했지만, 1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2023년 2월 제2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더케이호텔 부지를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당시 시장의 관심을 끈 대목은 양재동 일대가 'AI·R&D(연구개발) 혁신지구'로 지정된 점이었다. 이에 따라 초기 사업 구상은 단순한 숙박시설 개발을 넘어, 'R&D 혁신 공간'과 이를 지원하는 'MICE(전시·컨벤션)' 기능을 결합한 복합단지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업자는 호텔 부지를 전면 재개발해 오피스(업무시설), 컨벤션센터, 리테일(상업시설), 호텔 등이 어우러진 마이스(MICE)형 복합 업무 단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서울시와 사업 시행자인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23년 중 사전협상에 착수해 2025년 착공하는 일정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철거 인허가권자인 서초구청은 아직까지 관련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 서울시 "대규모 개발 신중" vs 일각 "공공기여 부담"

서울시는 협상 지연의 배경으로 부지 규모와 사업 구조의 복잡성을 들고 있다. 더케이호텔 부지는 향후 자연녹지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 등으로 용도지역이 대폭 상향될 예정으로, 이에 따른 개발 밀도(용적률) 증가 폭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에 따라 교통 유발량 증가와 기반시설 확충, 공공기여 규모 산정 등을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다수 부서의 자문과 검토가 필요한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혁신지구 사업과의 연계성이 협상 난항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는 더케이호텔 부지를 양재동 일대 혁신지구의 앵커 시설로 보고, 광역 교통체계 개선과 R&D 지원 인프라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수익성 확보가 관건인 사업 시행자 한국교직원공제회로서는 대규모 기부채납 부담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양측은 공공기여 공간 확보를 둘러싸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기여 이후의 운영 계획은 서울시 담당 부서가 별도로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협상을 통해 확정되는 것은 R&D 지원 시설이나 MICE 기능이 들어설 공간 확보까지"라며 "구체적인 입주 기업 유치나 운영 방식은 건물 기부채납 이후 경제실 등 관련 부서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공 측은 혁신지구 연계 운영 방식과 관련해 "AI 서울 테크시티 등과의 시너지 여부는 서울시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 공공기여 협산 관건…재개발 지연에 사업비 부담도 커져
관건은 연내 협상 마무리 여부다. 다만 공공기여 규모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협상이 다시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총사업비와 자금 조달 구조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사업비를 7조~8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설계와 인허가가 진행 중인 단계인 만큼 최종 사업비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사업비 규모는 서울시와의 사전협상을 통해 결정될 용적률(개발 밀도)과 공공기여 비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시가 양재IC 일대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해 위례과천선 역사 신설 분담금이나 우회도로 개설 등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를 공공기여 항목으로 요구할 경우, 총사업비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자금 조달 계획과 관련해 "사업 계획이 확정된 이후 수립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교공 역대 최대 규모의 자체 개발 사업인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에 교공의 자체 자금(에쿼티) 투입 비중이 어느 수준이 될지가 사업 안정성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목표로 한 조속한 협상안 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양재·개포 ICT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 등 인근 개발 여건이 구체화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에 관련 한 관계자는 "양측의 협상 의지와 논의 속도에 따라 구체적인 타결 시점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