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담합 가담한 개인에게도 최대 100만 달러 벌금 부과
형사 처벌 외에도 경제적 제제 충분히 작동...제재 총량 무거워
2023년 6조 원 규모 철근 담합 현대제철도 '벌금 2억 원'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설탕·밀가루 등 생필품 업체들이 수년간 벌인 10조 원대 담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지만, 형사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범행 규모는 '조(兆) 단위'인데, 공정거래법상 최대 벌금은 2억 원에 그치는 구조여서 "재벌·대기업에겐 사실상 면죄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민경제를 흔든 담합 사범 52명(구속 6명·불구속 46명)을 지난 2일 기소했다. 이들은 설탕·밀가루 가격을 짬짜미로 올리는가 하면, 한국전력공사 입찰에서 담합해 수천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담합 규모는 10조 원에 육박한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은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이다. 또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에서 담합 의혹을 받는 효성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10개 업체에 달한다.

이들의 처벌 근거가 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만을 규정하고 있다. 수조 원대 범행에 비해 형사 벌금 상한이 2억 원에 그치면서, 범행 규모·부당이득과 비교하면 최대 벌금이 고작 1000분의 1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3년 6조 원 규모 철근 담합이 적발된 현대제철도 1심에서 벌금 2억 원에 그친 바 있다.
검찰은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담합 재범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본다. 제분사 담합은 이번이 두 번째, 제당사 담합은 벌써 세 번째 적발이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이후에만 움직이던 관행을 깨고, 검찰이 이례적으로 담합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것도 "이 정도 제재로는 담합을 못 막는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법정형은 분명 낮은 편이다. 미국은 담합에 가담한 법인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최대 징역 10년 또는 100만 달러(약 14억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상한 없는 벌금을 규정하고 있고, 캐나다는 징역 14년 이하 또는 무제한 벌금을 허용한다. 호주는 최대 징역 10년에 66만 호주달러(약 6억 6000만 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덴마크·루마니아·일본 등도 우리보다 형량이 전반적으로 높다.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 장치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담합 업체 매출에서 피해액을 특정한 뒤 부당이득만 골라내야 하는데, 재판 과정에서 인건비·재료비 등 범죄와 직접 관련 없는 항목을 모두 걸러내다 보면 사실상 정확한 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처럼 담합 업체 매출의 15%를 일괄적으로 부당이득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기준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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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처벌 수위가 가볍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담합으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이어지는 민사소송과 행정소송, 공정위 과징금까지 모두 합치면 제재 총량은 상당히 무거운 편이라는 것이다.
공정위가 담합 과징금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형사 처벌 외에도 경제적 제재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로펌 소속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검찰은 결국 강력한 제제가 있어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며 "공정거래법 같은 경제법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세밀하게 고쳐나가야 하는 건데, 그러한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부당이득을 전부 뺏어야 다시는 이런 행동을 안하는 데, 지금 법에 구멍이 아주 많은 상태라서 이렇게 계속적인 범행을 반복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righ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