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설명하는 한국, 결과 원하는 미국...협상 난관
美 관세 인상 방침 행정 절차 거쳐 시행될 듯
원자력 협력 개정·핵잠수함 추진에도 영향 가능성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장관을 만나 한·미 정상 합의 내용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 방안을 논의했으나, 핵심 현안인 미국의 관세 재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는 진전이 없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것은 지난해 11월 양국 간 합의가 공개된 뒤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회담에서 한·미 관세 합의 이행 의지와 대미 투자를 위한 국내적 노력을 설명하고 통상 당국 간 원활한 소통과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도 계속 협력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2월 말~3월 초 처리하겠다고 밝힌 점을 설명하면서 관세 인상 계획 철회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양국 장관이 미국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뿐 회담에서 관세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를 현재 수준인 15%로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관세 문제는 주로 양측의 통상 당국 간 협의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조 장관의 역할은 대미 투자와 관련된 미국의 불만이 한·미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담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의 불만과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30~31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났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같은 날 미국을 찾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지도 못한 채 이날 귀국길에 올랐다.
결국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재인상 방침은 관보 게재 등 행정적 절차를 거쳐 시행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원하는 것은 신속한 대미 투자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는 것인데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대미 투자 이행 의지와 절차에 대한 것이어서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재인상이 실행되면 논리적으로는 통상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친 한·미 정상 간 합의가 무효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연내에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을 통해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대하고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위한 협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담에서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원자력·핵잠수함·조선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도 이 분야에서 양측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통상 분야에서 발생한 문제가 안보 분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원활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