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AI 캠퍼스 몰리며 송전망 포화
중국 전력 보조금으로 칩 부족 돌파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의 전력 그리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공지능(AI) 병목이 칩이 아니라 전력이라는 주장에 새삼 설득력이 실린다.
미국 곳곳에서 전력 위기 사태가 벌어지자 월가에는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NVDA) 최고경영자(CEO)의 주장이 재소환됐다.
AI 도구를 이용해 미국과 중국의 전력,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 이른바 'AI 파워 월(AI Power Wall)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 미국 전력망 쥐어짜는 AI 데이터센터 = 미국의 가장 큰 전력망 운영사인 PJM 인터커넥션이 '위기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뉴저지에서 켄터키까지 13개 주, 6700만명의 전력을 책임지는 조직이 AI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은 것.
월스트리트저널과 여러 에너지 리포트를 AI 도구로 분석한 결과, 버지니아 북부 이른바 '데이터센터 앨리(Data Center Alley)'에만 150개가 넘는 대형 시설이 몰려 있고 이들 상당수가 AI 전용 랙을 깔면서 1개 캠퍼스가 중형 도시 한 개와 맞먹는 전기를 소모하는 상황이다.
PJM은 앞으로 10년 동안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이 4.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수십 년간 수요가 거의 정체됐던 미국 전력망 역사상 이 정도 기울기는 이례적이다. 문제는 발전소와 송전망 증설 속도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석탄과 가스 등 노후 발전소는 탄소 규제와 경제성 악화로 빠르게 퇴출되는 반면 신설 발전소와 송전선 허가는 환경 단테와 지역 반발에 막혀 지연되는 실정.
PJM의 용량 입찰 시장에서는 2026년 이후 필요한 예비전력보다 6.6GW가량 부족한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향후 혹서, 혹한기에는 데이터센터와 일반 가정과 산업체를 대상으로 순환정전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거론된다.

AI 분석으로 추린 여러 보고서를 종합하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2023년 대비 25% 이상, 2050년에는 78%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AI 특화 서버 랙은 한 랙당 30~100kW를 소비해 과거 일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2~3배 전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남동부와 텍사스에서는 수십GW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와 AI 캠퍼스 전력 신청이 몰려 있지만 송전망 포화와 인프라 제약으로 실제 승인 및 공급 가능한 용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 칩은 막혀도 전기는 보조금으로 뚫은 중국 = 중국은 전력에서만큼은 정반대 그림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정책 분석 리포트를 추려 보면, 베이징은 AI 데이터센터를 전략 인프라로 규정하고 서부와 내륙 지역의 값싼 전력과 토지를 활용해 대규모 연산 센터를 집중 배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상하이만 해도 2025년까지 초대형 데이터센터 5곳을 추가로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구이저우와 간쑤, 내몽골 등은 풍부한 수력과 석탄,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이른바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지정됐다.
궁극적인 무기는 전기료 보조금이다. FT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일부 지방정부는 대형 데이터센터, 특히 화웨이와 캠브리콘 같은 자국산 AI 칩을 쓰는 시설에 대해 전기요금을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보조금을 도입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들이 급등하는 도매 전력 가격과 송전망 접속 대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전기가 싸고, 인허가도 빠르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GPU 제재라는 약점을 '전력 우위'로 일정 부분 상쇄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중국의 전력 그림도 100퍼센트 장밋빛은 아니다. 로이터와 싱크탱크 분석을 보면 중국의 재생에너지 자원은 서부·북부에 집중돼 있고, 실제 AI 워크로드와 제조·EV 허브는 동부 연해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초고압 송전과 대규모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송전 과정에서의 손실과 혼잡은 여전히 해결 과제다. 또 미국의 첨단 GPU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데이터센터들은 전력은 넉넉하지만 정작 엔비디아급 칩이 부족해 같은 AI 작업을 수행하는 데 30~50% 더 많은 전력이 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값싼 전기가 '비효율적인 칩'을 일정 부분 덮어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생산성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젠슨 황의 경고 "칩보다 전기가 승부를 가른다" = 젠슨 황은 2025년 인터뷰와 포럼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AI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가속기와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지만 발전과 송전, 규제의 '파워 월'에 직면했고, 반대로 중국은 첨단 칩이 부족하지만 전기와 보조금, 인허가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AI 도구로 다양한 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서방 내부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중국이 값싼 전기로 AI 인프라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생태계·최첨단 칩에서 미국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완전한 역전은 쉽지 않다는 의견과 전력이나 토지, 인허가가 AI 인프라의 결정적 병목이 되는 국면에서는 미국의 규제와 그리드 구조가 생각보다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혼재한다.
◆ '칩·전기·규제' 3박자의 싸움 = 결국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은 단순한 '칩 싸움'이 아니라 칩과 전기, 그리고 규제가 얽힌 3차원 게임에 가깝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AMD 등 첨단 GPU, 초대형 클라우드, 오픈소스 및 상용 모델 생태계, 풍부한 벤처·자본시장이라는 압도적인 강점을 쥐고 있다.
하지만 AI 도구로 본 전력·그리드 현실은 암울하다. 압도적인 강점 위에 '전기라는 천장'이 빠르게 내려오는 형국이다. 지금처럼 데이터센터가 몰려드는 구조가 계속되면 전기요금 상승과 접속 지연, 지역 반발이 AI 투자의 속도와 위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젠슨 황이 던진 질문은 결국 이렇게 정리된다. 미국이 그리드와 규제를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손보지 않는다면 칩에서의 우위만으로 AI 패권을 지킬 수 있을까.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