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모든 사랑은 오해다"
오는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일하며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지내듯 살아가는 미정과 그런 미정을 사랑하게 된 경록,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요한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고아성은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무거운 짐을 나르며,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백화점 지하 창고에서 묵묵히 일하는 '미정'으로 분했다. 미정은 어두운 분위기 탓에 직원들 사이에서 '공룡'이라 불리며 놀림을 받지만, 편견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록(문상민)'을 만나며 조금씩 변화한다. 극 초반 고아성은 거의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등장하며, 부스스한 머리에는 파리가 달라붙는 장면까지 담긴다. 인물을 미화하지 않는 선택은 미정의 삶을 더욱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변요한이 연기한 요한은 노란 탈색 머리에 락 음악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백화점 주차 안내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사 천하태평한 태도 탓에 백화점 사장 아들이라는 소문이 따라다니지만, 처음 만난 경록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 친구를 자처하는 넉살 좋은 인물이다. 그러나 홀로 호프집에서 고독을 즐기는 모습은 그가 감추고 있는 또 다른 얼굴을 짐작하게 한다.
이중적인 요한을 연기한 변요한은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변요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겉으로는 밝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깊은 상처와 고독을 품은 인물을 특유의 밀도 있는 연기로 완성했다. 요한이 가볍게 던지는 말과 웃음 뒤에 남는 공허함은 극에 묵직한 여운을 더하며, 세 인물을 이어주는 단순한 연결고리를 넘어 감정의 중심축으로 만든다.

무용수의 꿈을 접고 백화점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록은 창고에서 홀로 일하는 미정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는다. 매사에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그는 미정을 만난 이후부터 조금씩 표정이 달라진다. 말수가 늘지는 않지만, 얼굴에는 이전과 다른 미소가 스친다.
원작에서 미정은 '굉장히 못생긴 여자'로 묘사된다. 영화는 이 설정을 자극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고아성의 얼굴과 연기에 모든 판단을 맡긴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스크린에 선 고아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미정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선택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크게 높인다.
경록이 미정을 향해 느끼는 감정 또한 쉽게 규정되지 않는다. 그것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혹은 동정인지 초반에는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모호함은 오히려 영화의 핵심 질문으로 기능한다.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우리는 타인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감정의 결을 문상민은 섬세하게 풀어낸다. 경록은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지만, 문상민은 시선의 머뭇거림과 말끝의 여운으로 경록이 서서히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미정을 향한 감정이 동정에서 사랑으로 옮겨가는 순간은 분명하게 선언되지 않지만, 관객은 어느새 그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파반느는 이야기만큼이나 영상미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마주하는 장면은 영화의 정서를 응축한 하이라이트다. 이 장면은 이종필 감독과 배우 문상민, 고아성, 단 세 명이 실제로 아이슬란드를 찾아 촬영했다. 이종필 감독이 스케줄상 아이슬란드 현지를 방문하게 되면서 두 배우를 직접 불러 촬영이 이뤄졌고,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빌려 머물렀다. 이동은 고아성이 직접 렌트한 차량을 운전해 해결했다는 후문이다. 최소한의 인원과 조건 속에서 완성된 오로라 장면은 영화가 지닌 진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종필 감독은 반짝이고 매끈한 순간만이 사랑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둡고 칙칙한 구석에서도 사랑은 태어날 수 있으며, 오히려 그 지점에서 더 진실한 감정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파반느는 바로 그 믿음에서 출발한 영화처럼 보인다. 빛보다 그림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들의 삶 속에서, 사랑은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따뜻함보다 먹먹함이 먼저 남는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만, 동시에 상대의 상처를 온전히 마주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랑을 구원이나 해피엔딩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지닌 불완전함과 오해의 시간을 조용히 응시한다.
파반느는 말한다. "모든 사랑은 오해에서 출발하며, 그 오해를 견디는 시간이 관계를 만든다고.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상대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그 불완전함을 감내하는 태도, 그 자체가 사랑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오는 20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