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오는 4월 출시될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민간보험 산업의 구조적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에서 고액·중증 질환의 보장은 유지하거나 강화하되, 반복적·선택적 이용이 가능한 비급여 항목에는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확정했다.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혀 온 비급여 진료비의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 전체 보험료 인상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핵심 목표다.

이 같은 조정은 단순히 상품 설계의 문제를 넘어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체계 개편'으로 받아들여진다. 평균 손해율이 130% 내외에서 고착화된 현 구조는 보험사 수익구조뿐 아니라 소비자 신뢰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무엇보다 비급여 진료비는 표준화된 가격 기준이 없어 의료기관별 편차가 심하고 일부 진료영역에서 과이용·과청구 논란이 반복됐다. 이번 5세대 개편은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정하기 위한 첫 시도라 할 수 있다.
업계는 이를 '보장 축소'보다는 '비급여 관리체계 정립'으로 해석한다. 한 보험업계 임원은 "실손보험이 국민보험 수준의 기초보장을 담당하려면 결국 데이터 기반의 비급여 관리체계가 필수"라며 "보험사의 재정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위해 가격·이용·효과의 투명한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급여 정보의 집적과 분석을 통해 의료이용 행태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당면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비급여 조정의 여파는 치료비보험 시장, 특히 고가 신약 중심의 특화상품에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Leqembi)'가 대표적이다.
투약비용이 회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 약제는 아직 급여 등재가 확정되지 않아 환자는 전액 비급여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치료비보험 상품을 출시했지만 비급여 관리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손해율 예측이 불확실하다. 이번 5세대 실손 개편을 계기로 고가 치료 중심 보험상품의 손익 구조에도 정밀한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비급여 관리의 정교화는 신약·첨단의료 중심의 새로운 보험 생태계로 옮겨가기 위한 필수 단계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고가 신약 급여 여부를 판단할 때 국가 단위의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한다.
한국 역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을 중심으로 비급여 항목별 표준비용 정보 수집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민간보험이 공유할 수 있는 거버넌스로 발전시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실손보험의 데이터 기반 운영이 정착될 때 보험상품의 가격 산정과 위험예측이 과학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개편의 본질은 '보장 조정'이 아니라 '비급여 질서의 제도화'다. 공보험과 민간보험이 효율적 역할 분담을 하려면 비급여 항목의 가격 공정성·이용 투명성·데이터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
5세대 실손보험이 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면서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동시에 확보하는 '병행적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급여 보장을 확대하고 보험료는 낮추는 실속형 건강보험의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