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담는데 헌신한 민중미술 1세대 작가의 예술여정,74세로 막 내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광부화가' 황재형이 27일 향년 7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정통 리얼리즘 회화를 고수한 황재형은 예술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일평생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다. 근대화, 산업화의 물결이 거세던 지난 1970~1980년대 소위 '막장'으로 불리는 탄광촌 광부들의 삶에 주목했던 작가는 이후 광부들의 진짜 삶을 그리기 위해 광부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예술의 본질을 찾기 위해 그 자신 광부화가가 된 것.
그리곤 '막장은 어디에나 있다'며 탄광촌에서의 삶을 오늘의 문제로 넓게 가져와 진솔하면서도 압도적인 그림을 쏟아냈다. 또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 불평등과 소외를 겪는 이들의 현실을 어루만지며 삶의 진면목을 담은 작품들을 치열하게 그려냈다.
1952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황재형은 중앙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뒤 서른 살이 되던 1982년 강원 태백으로 들어가 30여 년을 탄광촌과 강원도 일대에 머물며 작업했다. 1970년대부터 산업사회의 팍팍한 노동현실에 주목한 작가는 민중미술 계열의 소그룹인 '임술년'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 두각을 보였다. 1982년에는 중앙미술대전 장려상을 수상했고, 1993년에는 민족미술협의회 주관 민족미술상을 수상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초역사적 풍경과 인물화로 작업을 확장했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시대적 이슈를 다룬 작품도 제작했다. 척박한 노동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목도했던 작가는 대상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본질을 그리는데 힘썼다. 이를 통해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실을 담는데 40년 작가생활을 치열하게 헌신했다.
황재형의 유족 측은 "쥘 흙은 있어도 뉠 땅은 없던 사람들. 황재형 화백은 1984년 첫 개인전 후 40여 년간 노동하는 인간의 실존을 화폭에 담아왔다. '질기디 질긴 고무를 씹는 것'과 같았던 그의 작업여정이 이제야 마침표를 직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황재형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3월 1일 오전 7시 40분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모진명과 아들 황제윤, 딸 황정아가 있다.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