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자신이 이끄는 중도좌파 집권당 노동당이 26일(현지 시간) 실시된 그레이터맨체스터 남동부 고튼·덴튼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더욱 깊은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그레이터맨체스터 전역은 노동당의 굳건한 텃밭으로 평가되는 곳이고, 고튼·덴튼 선거구는 불과 1년 반 전에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 후보가 50%가 넘는 지지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곳이다.
스타머 총리는 집권 이후 잦은 공약 뒤집기 논란으로 인기가 떨어졌고, 최근에는 미국의 억만장자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피터 맨델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했던 일로 당내에서 사퇴 압력을 받는 등 '정치적 수렁'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튼·덴튼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녹색당의 해나 스펜서 후보가 40.7%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했다.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의 멧 굿윈 후보가 28.7%를 얻었고, 노동당의 엔겔리키 스토기아 후보는 25.4%로 3위에 그쳤다.
안나 털리 노동당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분명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는 "이번 결과는 그야말로 (영국 정치계의) 지각변동"이라며 "영국 정치의 미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불확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보궐선거의 패배가 노동당은 물론이고, 스타머 총리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산업 지역인 그레이터맨체스터는 지난 100여년 가까이 노동당의 가장 대표적인 텃밭으로 여겨졌다. 워낙 난공불락이라 '붉은 장벽'이라고 불렸다.
지난 2024년 7월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은 그레이터맨체스터 27개 선거구 중 25개를 휩쓸었다. 고튼·덴튼 선거구에서는 건강 문제로 사퇴한 앤드루 귄 전 의원이 50.8%를 얻어 당선됐다. 이 선거구는 지난 1935년 이후 줄곧 노동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스타머 정권의 잇따른 실정과 경기 침체, 맨델슨 전 주미 대사 논란, 국민들로부터 인기도가 높은 앤디 버넘 맨체스터 시장의 출마 차단 등으로 노동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투표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녹색당과 노동당이 각각 28%, 영국개혁당이 27%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막상 뚜껑이 열린 선거 결과는 노동당에 굴욕에 가까운 참패로 나타났다.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로 스타머 총리가 퇴진을 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오는 5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그에게 치명적인 운명을 선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요 정당 중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녹색당은 이번 승리로 하원 650석 중 5석을 차지하게 됐다.
ihjang6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