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27일(현지시각) 글로벌 원유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시장이 즉각 '호르무즈 리스크'에 직면했다면서, 이번 공습이 제한적·표적형에 그친다면 유가 충격은 단기적일 수 있지만, 양국 간 군사 충돌이 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교란될 경우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9%가 차질을 빚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자체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330만 배럴로 세계 생산의 3% 수준이지만,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있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UAE 등 걸프 산유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관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카타르산 LNG의 5분의 1 이상이 이 해협을 거친다.
◆ 이란 원유 시설 타격 가능성
이번 공습에서 미국은 이란 내 주요 원유 수출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군사력을 집중 배치했다.
특히 페르시아만 북부의 카르그섬(Kharg Island) 터미널은 하루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이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란은 과거 제재 우회와 원유 선적을 통해 국제 거래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공습으로 일부 수출 루트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형 고속정과 미사일, 드론, 기뢰 등 다양한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을 방해할 수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으로 원유시장이 단기적 충격을 받겠지만, 향후 유가의 강도와 지속 기간은 공습 강도와 이란의 보복 대응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책임자는 이번 공습과 관련해 유가가 시나리오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규모·표적형 공습에 그치고 이란의 보복이 제한적일 경우, 브렌트유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10달러 안팎 급등할 수 있으나, 몇 주 내 상당 부분 되돌림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공습이 장기 군사 작전으로 확대되고, 이란이 송유시설과 항만을 겨냥해 보복에 나설 경우에는 유가가 약 15달러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4분기 평균 가격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습 이전에 새 핵 합의가 타결되고 제재가 완화될 경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해소되면서 유가는 오히려 배럴당 5달러 내외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레온 책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에 민감한 유권자를 의식하는 상황에서, 중간선거 직전 유가 급등은 백악관이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면서도, 협상 돌파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 호르무즈 해협, 여전히 '유가 폭탄'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지점은 이란 본토 생산보다도 호르무즈 해협이다.
블룸버그와 케이플러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루 1,300만~1,700만배럴의 원유·콘덴세이트가 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3분의 1 안팎에 해당한다. LNG 역시 전 세계 공급의 약 5분의 1이 이 좁은 수로를 거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협의 폭은 34km 내외, 실제 선박 항로는 각 방향 3.2km 정도로 제한적이어서 기뢰, 드론,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케이플러의 뮤위 쉬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호르무즈를 단 하루만 봉쇄해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국제항행 해협의 통항권이 보장된다는 점, 호르무즈가 이란 자신의 원유 수출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완전 봉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신 소형 고속정·드론·미사일로 선박을 괴롭히거나, GPS 교란 등으로 항해를 방해해 '위험 프리미엄'을 키우는 방식의 국지 교란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 경우 선박이 서방 해군의 호위를 받는 '호위대(convoy)' 형태로만 이동하게 되면서 유조선 회전율이 떨어지고, 유가에 상방 압력을 더하게 된다
◆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지난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당시, 브렌트유는 런던에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단기 급등했다. 그러나 주요 지역 원유 시설이 피해를 입지 않자 상승분은 빠르게 반납됐다.
이후 공급 과잉 우려가 글로벌 시장을 지배했고, 런던 기준 2025년 말 원유 가격은 연초 대비 약 18%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현실화되자, 브렌트유는 이미 배럴당 70달러대를 돌파하며 올해 들어 약 20% 상승했다. 다만 단기적 충격 후 유가는 다시 펀더멘털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CIO는 "대부분 지정학 이벤트는 단기 충격 후 기업 실적과 경기라는 펀더멘털로 회귀해 왔다"며,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패닉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전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부담이 겹친 환경인 만큼, 변동성 확대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이 단발성 경고 사격으로 끝날지, 호르무즈 해협·역내 인프라를 둘러싼 장기 소모전으로 확전될지가 향후 유가 경로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