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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 AI가 어떻게 활약했는지, 그리고 시사점이 뭔지 설명해줘.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토마호크와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상공을 가르기 몇 시간 전, 워싱턴과 텔아비브의 작전실에서는 다른 전쟁이 먼저 시작되고 있었다.
위성과 정찰 드론, 감청 신호가 실시간으로 흘러들어오는 화면 옆에서, 거대언어모델(LLM)과 데이터 분석 엔진이 전면 가동되고 있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은 드론과 스텔스 폭격기 이면에 상용 인공지능(AI)과 군사 AI가 결합해 전쟁의 속도와 구조를 바꾸는 장면을 처음으로 대규모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 타깃 선정과 작전 설계, '킬체인의 두뇌'가 된 AI =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 전역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하는 작전을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기반 정보 분석과 타깃팅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캐나다 글로브앤메일은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CIA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오랜 인적 정보망에 더해 드론과 위성, 각종 센서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LTR) 같은 데이터 분석 회사의 소프트웨어와 군 자체 AI 시스템으로 통합해 타깃 선정과 우선순위 결정, 공격 경로 최적화에 활용했다고 전한다.
팔란티어의 제품은 실제 지형과 시설을 디지털 트윈 형태로 구현한 뒤, 특정 목표를 제거했을 때 주변 방공망과 지휘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무력화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이번 작전에서도 이 소프트웨어가 미군 정보부대의 실시간 의사결정에 쓰였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미 2021년부터 '하브소라(Habsora)'로 알려진 AI 기반 타깃팅 시스템을 운용해 왔는데, 이번 이란 공습에서도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략 목표와 전술 표적을 식별하는 데 이 시스템이 활용됐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진 이러한 도구들은 과거 사람이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하던 표적 분석과 우선순위 설정 작업을 몇 시간 단위로 압축, 전쟁 개시와 동시에 수백 개의 표적을 맞물려 공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AI가 한두 개 무기 체계의 부품이었다면 이번에는 전쟁 계획과 실행 전체를 관통하는 킬체인의 두뇌 역할로 올라선 셈이다.
◆ '금지된 AI'까지 끌어쓴 미국, 상용 LLM의 전장 투입 = 이번 전쟁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장면 중 하나는 미국 정부가 사실상 사용을 제한한 상용 LLM을 실제 이란 작전에 활용했다는 보도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공습 하루 전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을 연방정부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틀 뒤 시작된 이란 타격에서 미군은 바로 클로드를 정보 평가와 타깃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에 사용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과 액시오스 보도다.
클로드는 이미 미군 작전 네트워크에 "임베디드"된 상태였으며, 이란 공격 당일에도 각종 정보 보고서를 요약하고 잠재적 표적 리스트를 검토하고, 공격 조합에 따른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됐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미국 국방부가 앤스로픽과의 갈등으로 이 회사를 공급망 위험 대상으로 지정하면서도, 기존 계약 관계를 완전히 끊기 전까지 최대 6개월 동안은 군사 작전 지원에 클로드를 계속 쓸 수 있게 해둔 사실이다.
AI 기업이 자사 모델의 군사적 사용에 제한을 두려 하자 정부가 이를 안보 리스크로 규정하고 일정 기간 사용을 강행한 뒤 단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AI 거버넌스와 주권 문제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CNBC에 따르면 오픈AI는 같은 시기에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자사 시스템을 "모든 합법적인 국가안보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국내 대규모 감시나 완전 자율살상무기 같은 사용을 막기 위한 내부 안전장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내에서는 앤트로픽이 윤리적 가드레일을 강하게 지키려다 군사 계약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오픈AI는 더 넓은 군사 활용을 허용하면서 내부 안전 기준을 유지하는 절충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련의 과정은, 이번 전쟁이 단순히 미사일과 전투기의 충돌이 아니라, 어느 AI 모델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쓸 수 있는지를 둘러싼 워싱턴과 실리콘밸리 사이의 권력 투쟁이기도 했다는 해석이다.
◆ 드론과 사이버, 알고리즘이 만든 '비용 구조'와 전장 = AI는 하늘과 사이버 공간에서도 전쟁 양상을 바꿨다.
글로브앤메일을 포함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작전에서 스펙터웍스라는 미국 스타트업이 만든 '루카스(LUCAS)' 자폭 드론을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했다. 이 드론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에서 사용해 악명을 떨친 샤헤드-136 드론을 연구해 설계한 것으로, 대당 가격이 약 3만5000달러 수준에 불과해 고가의 크루즈미사일과 전투기를 보완하는 저비용 타격 수단으로 설계됐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드론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라"고 주문한 이후 루카스 같은 저비용 자폭 드론이 방공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무력화하는 데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사이버와 전파전에서도 AI는 중요한 도구로 쓰였다. 글로브앤메일은 미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란의 방공과 통신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병행했고, 현지 종교 캘린더 앱과 뉴스 사이트가 해킹되면서 "심판을 준비하라"거나 "군인은 무기를 내려놓고 국민과 합류하라"는 메시지가 노출됐다고 전한다.
같은 시기 이란 전역에서 인터넷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 현상도 보고되는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사이버 공격, 이란 정부의 자체 차단 조치, 양측 전자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AI는 공격·방어 양쪽에 쓰였다. 미·이스라엘 측은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해킹 대상 인프라와 계정, 취약점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피싱 메시지와 가짜 콘텐츠를 생성해 심리전을 펼칠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스타링크 같은 위성 인터넷과 드론 통신을 교란하는 전자전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AI로 생성된 딥페이크 영상과 프로파간다를 통해 국내 여론과 국제 여론전에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타링크 자체도 AI와 결합된 전장 인프라로 부상했다. 이란 내 시위대와 해커, 언론인들은 정부의 인터넷 차단이 반복되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단말기를 통해 외부와 통신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위성 통신망과 암호화, 트래픽 분산 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사실상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란은 러시아식 교란 기술을 동원해 스타링크 신호를 차단하려 시도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불안정해졌다는 보고도 나온다.
◆ 주권과 통제의 문제, '알고리즘의 전쟁'이 남긴 질문 = 이번 전쟁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특이점은 AI를 둘러싸고 국가와 기업, 군과 개발자 사이에 전혀 다른 차원의 주권 문제가 떠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의 시사 매체 아메리칸 바자와 여러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을 연방 시스템에서 사실상 퇴출시키는 조치를 내린 날과 같은 날 국방부는 오픈AI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쪽에서는 "윤리적 가드레일을 유지하겠다"며 군사 활용에 제한을 두려는 기업이 공급망 위험으로 규정되고, 다른 쪽에서는 더 폭넓은 군사 활용을 허용하면서 내부 안전장치를 내세우는 기업이 선택을 받는 장면이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단순하다. 전통적으로 전쟁과 무기의 통제권은 국가에 있었지만, 이제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과 그 안에 내장된 윤리·제한 규칙은 글로벌 주주를 둔 민간 기업이 설계한다.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기업에 가드레일을 풀라고 요구할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반대로 기업이 자사 모델이 특정 방식으로 쓰이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어느 정도인지가 모호해진 것이다.
AI가 미사일 방어, 드론 운용, 사이버 공격에 깊이 통합될수록 코드와 데이터, 모델 아키텍처 위에 깔린 기업의 설계 판단과 국가의 주권 사이 경계는 흐려진다.
여기에 더해 군사전략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전쟁의 속도다. AI가 표적 분석과 시나리오 생성, 위험 평가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의사결정자가 감당해야 할 정보량과 속도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억지와 오판, 우발 확전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핵무기가 도입됐을 때에 준하는 전략 안정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핵무기가 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면, AI는 의사결정 속도와 주체를 재구성하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쟁이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이다.
상용 LLM과 군사 AI, 드론과 사이버 무기, 스타링크 같은 통신 인프라까지 합쳐진 이번 전쟁의 양상은 앞으로의 분쟁이 더 이상 "무기 vs 무기"가 아니라 "알고리즘 vs 알고리즘"의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higrace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