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양극화 단정 어렵다…물가 상승 등 반영"
사걱세 "입시 구조가 양극화 근본 원인"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사교육비 총액은 5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과 고액 지출 학생이 동시에 늘어나는 등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시 경쟁이 완화되지 않은 채 가구 소득에 따라 '버틸 만큼 쓰는' 지출 구조가 고착된 현실인 만큼 총액 감소만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 시민단체들은 영재학교 전형 개선, 수능·내신의 교육과정 준수, 선행사교육 억제 입법 등 입시 경쟁을 과열시키는 요인을 손질하는 구조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13일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 참여 시간도 모두 감소했다. 전체 규모만 놓고 보면 사교육 시장이 다소 위축된 듯한 흐름이다.

하지만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 기준으로 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처음으로 60만 원을 넘겼다. 해당 지표는 초·중·고 전 학교급에서 모두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체감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뜻이다. 전체 총액은 줄었지만 시장 안에 남아 있는 참여자들의 지출 강도는 높아진 셈이다.
계층과 지역에 따른 격차도 여전했다.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00만 원 미만 가구 학생의 3.4배에 달했다. 지역별로도 서울은 읍·면 지역보다 사교육 참여율과 고액 지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학업성취도 측면에서도 고교 성적 상위 10% 학생의 사교육비는 하위 20% 학생의 두 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사교육 참여 여부를 넘어, 누가 더 오래 더 많이 지출할 수 있는지가 교육 격차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곧바로 '양극화 고착'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윤홍 교육부 인공지능인재지원국장은 전날(12일) 브리핑에서 "100만 원 이상 고액 지출 구간 증가는 물가 상승에 따른 단가 인상 영향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며 "이번 조사만으로 양극화가 고착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과 고액 지출 학생이 함께 늘고, 소득·지역·성적별 격차까지 뚜렷하게 나타난 점에 비춰 사교육 양극화 현상이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교육부가 소득 분위별 통계를 스스로 발표해 놓고도 양극화로 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며 "서울과 광역시, 중소도시 간 격차와 소득·지역별 차이를 보면 사교육 시장의 과열과 양극화는 이미 구조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구 소장은 현재의 사교육 시장을 단순히 일부 계층의 과소비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상위권 가구는 물론 중하위권 가구까지도 입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소득 수준에 맞춰 가능한 최대치의 지출을 감수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이유다. 그는 "사교육비 총액이 다소 줄더라도 경쟁 압력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 내부의 불균형은 계속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사교육 시장의 상품 구조 변화도 이런 진단에 힘을 싣는다. 인터넷·통신강좌나 방문학습지 등 비교적 저비용·비대면 상품은 줄어든 반면 학원과 그룹과외, 개인과외 등 고비용·대면 상품 비중은 늘었다. 사교육 시장이 참여 학생 중심의 고비용 구조로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진입장벽과 부담이 함께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흐름이다.
이에 대한 단기적 대책으로는 대치동 등 사교육 과열 지역의 핵심 수요를 자극하는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이 대두된다. 구 소장은 "고난도 지필평가 중심 선발이 중학생들에게 사실상 고교·대학 과정 수준의 선행학습을 강요하면서 고액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며 "영재학교가 대학 수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현실을 고려해, 고교 교육과정 이수를 전제로 하도록 영재교육법 시행령을 손질하고 입학전형 난이도도 학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사걱세는 ▲수능·내신의 교육과정 준수와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 ▲내신 상대평가 폐지와 절대평가 전환 ▲학교급을 넘는 선행 사교육을 제한하는 '과속교육 방지법' 제정 ▲유아 레벨테스트 및 영유아 영어학원 규제 ▲대학 서열 완화와 학력·학벌 차별 금지 법제화 등을 종합 대책으로 제안한 상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공교육 강화를 대책으로 꼽았다. 양 단체는 전날 성명·논평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증원 ▲행정업무의 학교 밖 이관 ▲선행학습 목적 사교육 규제 ▲학교 수업 중심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