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K팝 산업에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무대 위에서 활약하던 아이돌들이 이제는 무대 뒤로 자리를 옮겨, 직접 후배 그룹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아이돌 프로듀서'로 변신하고 있다.
아이돌이 단순한 투자자나 얼굴마담 역할을 넘어 음악, 콘셉트, 브랜딩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K팝 제작 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코다. 그는 KOZ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를 론칭하고, 데뷔 초부터 곡 작업과 콘셉트 기획에 직접 참여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최근 앨범 성과를 통해 확실한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다. 미니 3집부터 4집, 5집까지 3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음반 파워를 과시했다. 특히 미니 5집 타이틀곡 '할리우드 액션'은 발매 직후 멜론 톱100 2위에 진입하며 강력한 음원 경쟁력까지 입증했다.
이처럼 음반 판매량과 음원 성적을 동시에 확보하며 '차세대 주자'를 넘어 확실한 대세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코의 프로듀싱 역량과 아티스트 경험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세대 아이돌 출신의 도전도 눈에 띈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 김재중은 제작자로 나서 신인 그룹 세이마이네임의 론칭에 참여했다. 세이마이네임은 데뷔 전부터 글로벌 팬덤의 관심을 기반으로 공식 SNS 채널 팔로워 수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공개된 콘텐츠 역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특히 일본·동남아 등 해외 팬층 유입이 두드러지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획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김재중이 보유한 해외 활동 경험과 팬덤 이해도가 팀의 초기 인지도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힙합 아티스트이자 사업가로 활동해온 박재범이 제작한 그룹 롱샷은 데뷔와 동시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롱샷은 데뷔 EP '샷 콜러스'를 통해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스트리밍 1억회를 돌파했으며, 이는 데뷔 약 2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또한 월간 리스너 수 약 590만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팬덤 확장세를 입증했다.
음원 차트 성적도 확인된다. 타이틀곡 '문 워킨''은 빌보드 코리아 글로벌 K-송 차트에서 최고 21위를 기록했다. 뮤직비디오 성과 역시 뚜렷하다. '문워킨' 뮤직비디오는 2800만뷰 이상, 후속곡 '페이스타임'은 1000만뷰를 돌파하며 영상 콘텐츠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험 기반 제작'이다. 기존 K팝 시스템이 기획사 중심의 분업 구조였다면, 이들은 실제 무대 경험을 토대로 보다 현실적이고 세밀한 제작 방식을 추구한다. 연습생 시절의 고충, 데뷔 이후의 활동 사이클, 팬덤과의 소통 방식까지 직접 겪어본 만큼, 보다 '현장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K팝 산업의 성숙이 자리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K팝은 이제 단순한 시스템 복제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진정성'과 '아티스트 중심 서사'가 중요해지면서, 실제 경험을 지닌 아이돌 출신 제작자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아티스트의 커리어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과거 아이돌의 활동 수명이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프로듀싱과 제작을 통해 '롱런'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생존 전략을 넘어,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물론 과제도 존재한다. 제작 역량은 단순한 경험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인 시스템과 자본, 전문 인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또한 '스타 제작자'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신인 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