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하나증권은 1일 월간 채권 리포트를 통해 1973년 이후 네 차례의 주요 유가 충격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현 상황에서의 금리·통화정책 전망을 제시했다.

◆1973년 오일쇼크의 교훈…"뒤늦은 긴축이 스태그플레이션 불렀다"
하나증권이 가장 먼저 주목한 사례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이다. 욤 키푸르 전쟁과 OPEC의 원유 금수 조치가 맞물리며 유가는 3개월 만에 280% 폭등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즈는 인플레이션보다 성장률 둔화를 더 우려해 기준금리를 9.0%에 동결했다가, 근원 인플레이션이 급속도로 치솟자 뒤늦게 13.0%까지 인상하는 강경 긴축으로 선회했다. 결과는 성장률 마이너스와 높은 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S&P500은 1년 동안 폭락했고 국채 10년 금리는 약 3개 분기 동안 급등한 뒤 침체가 임박하자 반락했다. 이 사례가 주는 핵심 교훈은 '뒤늦은 정책 대응의 위험성'이다.
◆1979년 볼커의 초강수…"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대가는 침체"
6년 뒤인 1979년에는 이란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이 연달아 터지며 유가가 2년에 걸쳐 151% 상승했다. CPI 상승률은 14.8%까지 치솟으며 1974년 고점마저 넘어섰다.
폴 볼커 연준 의장은 단기적 실업률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는 초강수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고강도 긴축의 부작용으로 1980년 2·3분기 역성장은 피할 수 없었다. 10년 금리는 인플레이션 급등과 긴축에 수직 상승했다가 역성장이 가시화되자 급락했다.
이 시기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신뢰 회복'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남겼으나, 그 대가는 가혹한 경기 침체였다.
◆1990년 걸프전…"유연한 대응이 마일드 리세션으로 이끌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는 100%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말이 달랐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유가 급등 직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유가 상승은 일시적이며 소비세 인상과 같은 효과"라고 진단했다. 대신 주택시장 둔화와 저축대부조합 위기에 따른 신용 경색 리스크에 주목해 이후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침체는 '얕은 수준'에 그쳤다. 10년물 금리는 유가 충격 발생 3주 만에 70bp 급등했다가 오히려 충격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고, 주가도 3개월 하락 후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강하게 반등했다. 충격의 지속성과 근원 인플레이션 파급 여부를 냉철하게 판단한 유연한 통화정책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2008년 금융위기…"유가보다 대내 펀더멘털이 시장을 지배했다"
2008년 사례는 유가 쇼크보다 내부 요인이 더 결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중국 등 신흥국의 폭발적 수요와 원유 생산 한계 우려가 맞물려 유가가 1~2년에 걸쳐 꾸준히 상승했지만, 근원 CPI는 2%대로 안정적이었다. 시장은 유가보다 미국 주택경기 침체와 금융 시스템 붕괴 리스크에 압도됐고, 버냉키 의장은 물가보다 금융환경 긴축과 주택경기 악화 대응을 우선시해 금리를 지속 인하했다.
결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S&P500은 2009년 초까지 50% 이상 폭락했고 10년 금리도 침체 우려와 인하 기대로 급락했다. 유가 쇼크와 침체가 동시에 닥쳐도 시장의 핵심 드라이버는 결국 '신용·성장 리스크'였다는 점이 이 시기의 핵심 교훈이다.
◆현재 전망…"한국 동결, 미국 9월 인하 재개"
하나증권은 이 같은 역사적 분석을 토대로 현재 국면에서의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연준에 대해서는 2022년 인플레이션 트라우마로 당분간 물가 안정에 집중할 것이나, 일시적 물가 상승 효과가 지난 이후인 9월부터 중립 수준으로 인하 사이클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2분기 중 4.5%까지 상승 위험이 있으나 이후 반락해 연말 4.0%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에너지 순수입국이라는 특성상 유가 충격에 취약하고 물가·성장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신현송 차기 총재가 선제적 금리 인상보다 동결 기조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고채 3년 금리는 2분기 중 3.70%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네 차례의 유가 쇼크가 남긴 공통된 교훈은 하나다. 충격의 지속성과 근원 인플레이션 전이 여부를 얼마나 냉정하게 읽느냐가 이후 경기 경로를 가른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도 유가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이 성장과 소비를 얼마나 잠식하느냐의 문제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