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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⑰스웨덴 의회의 담론수준과 민주주의 설득의 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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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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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은 16일 의회에서 러시아 침공 이후 200년 중립을 끝내고 나토 가입 등 새 안보 노선을 논의했다.
  • 안데르손 등 여야 지도자들은 중립을 ‘사라진 섬’ ‘낡은 옷’ ‘방패’ ‘도박’ 등으로 비유하며 동맹·평화·위험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 스웨덴 의회는 상대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대하며 절제된 수사와 ‘필연의 레토릭’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어적 실용주의의 모범을 보였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200년간 유지한 중립의 종언: '지도에서 사라진 섬'

스웨덴은 1814년 이후 약 200년간 단 한 번도 전쟁을 치르지 않은 평화의 역사를 기록해 왔다. 이는 강력한 자주국방력 유지와 더불어 분쟁 당사자 어느 쪽도 비난하지 않는 엄격한 중립 외교 정책을 고수한 덕분이었으며, 이러한 전략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불길 속에서도 자국을 독일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내는 튼튼한 방어벽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소련 붕괴와 동유럽의 자유화는 스웨덴에게 영원한 평화라는 환상을 심어 주었고, 이는 징병제 폐지와 국방비 대량 삭감, 야전 병원 해체와 같은 국방 안보 정책의 뼈아픈 오판으로 이어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모든 평화의 서사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국가적 실존 위기 앞에서 200년 중립의 종언을 선언하던 2022년 5월 16일, 스웨덴 의회(Riksdag)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긴박했다.

스웨덴 마그달레나 안데르손(Magdalena Andersson) 총리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사회민주노동당(SAP)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Magdalena Andersson) 총리는 시대적 격변을 마주하며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자당의 정체성을 뒤집는 '필연의 레토릭(Nödvändighetens retorik)'을 전개했다. 여기서 필연의 레토릭이란 상황에 정교하게 들어맞는 언어로 대체해 직접적 충돌과 감정 이탈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법을 말한다.

Magdalena Andersson (SAP): "중립은 스웨덴에 평화를 선사했지만, 이제 시대의 지도에는 중립이라는 섬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추억 속에 머무르기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 안전 보장을 선택해야 합니다(Neutraliteten har tjänat Sverige väl, men det finns inte längre någon ö av neutralitet kvar på tidens karta. Vi måste välja en realistisk säkerhetsgaranti för att skydda våra barns framtid snarare än att stanna kvar i det förflutnas minnen)."

안데르손은 중립을 '사라진 섬'에 비유하며, 과거의 영광스러운 원칙이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을 보호할 수 없는 추억의 영역으로 밀려났음을 선언했다. 그녀는 "가장 차가운 머리로 판단할 것(fatta beslut med det kallaste huvudet)"을 주문하며 감성적 평화주의를 실용적 안보론으로 압도했다.

오랫동안 나토 가입을 주장해 온 온건당(M)의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은 중립이라는 개념을 다른 비유로 치환하며 정부의 결단에 힘을 보탰다.

Ulf Kristersson (M): "푸틴의 침략은 중립이 더 이상 안전의 방패가 될 수 없음을 피의 서사로 증명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Putins invasion har med en blodig berättelse bevisat att neutralitet inte längre kan vara en sköld för säkerhet. Att stå sida vid sida med länder som delar liberala demokratiska värden är en skyldighet, inte ett val)."

스웨덴 의회(Sveriges Riksdag, 릭스다그)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기독교민주당(KD)의 에바 부쉬(Ebba Busch) 역시 "중립이라는 낡은 옷을 벗고 자유라는 새 옷을 입어야 할 때(klä av oss neutralitetens gamla kläder och klä oss i frihetens nya skrud)"라며 과거 국방 정책의 오판을 씻어내고 강력한 동맹 체제로 나아갈 것을 역설했다. 반면, 급격한 정책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좌익당(V)의 노시 다드고스타르(Nooshi Dadgostar)는 이 결정이 가져올 장기적 위험을 경고했다.

Nooshi Dadgostar (V): "200년간 우리를 지켜온 평화의 보루를 단 몇 주 만에 허물어뜨리는 것은 성급한 역사적 과오입니다. 군사 동맹 가입은 우리를 타국의 갈등에 휘말리게 하는 위험한 도박이 될 것입니다(Att rasera det fredens bålverk som skyddat oss i 200 år på bara några veckor är ett förhastat historiskt misstag. Ett medlemskap kommer snarare att bli ett farligt hasardspel)."

녹색당(MP)의 페르 볼룬드(Per Bolund) 또한 "핵무기를 보유한 동맹에 가입하는 것이 과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인가"라는 수사적 의문문을 통해 평화 중재자로서의 스웨덴 정체성이 상실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 치열한 대논쟁은 인신공격이 아닌, '섬', '방패', '도박'과 같은 정교한 비유와 환유, 제유법 등의 논리적 공격 수단을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스웨덴 의회는 200년의 관성을 뒤집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상대를 대화의 파트너로 존중하며 언어의 '레드라인'을 사수하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결국 이날의 토론은 스웨덴이 국방비 증강과 징병제 강화라는 물리적 무장과 더불어, 동맹이라는 새로운 안보 지형으로 나아가는 민주적 합의의 모습을 보여준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스웨덴 의회(Sveriges Riksdag, 릭스다그)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언어적 실용주의란

스웨덴 의회의 언어를 다룬 세 편의 연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명확하다.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은 정책적 실용주의뿐만 아니라, 파국적 대립 속에서도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언어적 레드라인을 사수하는 정치인들의 '언어적 실용주의'와 이를 뒷받침하는 '필연의 레토릭'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그들은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설득해야 할 대화의 파트너로 끝까지 호명하며, 자극적인 비난 대신 정교한 수사학적 틀 안에 자신의 분노를 가두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요란 페숀이 외친 "빚진 자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아포리즘부터 2022년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의 '사라진 섬'에 이르기까지, 사회민주노동당은 복지의 문법을 생존과 실용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공동체의 동의를 구했다. 이에 맞서 우파 연합 역시 감세와 민영화를 단순한 이윤의 논리가 아닌, 시민에게 '자유의 열쇠'를 되돌려주고 경제의 '강력한 엔진'을 되살리는 도덕적 정당성의 언어로 승화시켰다.

언어적 실용주의의 본질은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깎아내리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더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에너지를 극한의 감정 대립이 아닌 품격 있는 언어의 경쟁 안에 가두어둠으로써, 민주주의가 파괴적인 충돌 없이 작동하게 만드는 안전장치가 된다.

이처럼 좌우가 함께 가꾸어 온 언어적 실용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정원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민주주의는 한 번 완성되면 영원히 지속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매일 정성스럽게 돌보지 않으면 순식간에 잡초가 무성한 불모지로 변해버리는 연약한 생태계와 같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주의의 진짜 체력은 분노를 정제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의 방벽을 좌와 우가 공동으로 세우고 관리하는 습관에서 나온다.

스웨덴 의회의 디지털 회의록에 고스란히 남겨진 우아한 언어들은 오늘날 극단적 양극화의 언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민주주의라는 정원을 불모지로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시 '말의 품격'과 '절제의 수사학'에 주목해야 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스웨덴의 여정을 뒤로하고, 다음 연재부터는 대서양 건너 미국의 의회로 향한다. 독립 시기부터 남북 전쟁, 2차 대전, 그리고 현대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미국 의회가 분열의 순간에 어떤 통합의 언어로 호소했는지, 그리고 끝내 합의가 불발된 순간에는 어떤 언어들이 지배했는지 추적하며 미국의 꿈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역사를 살펴볼 예정이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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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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