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캐나다 정부가 7일 잠수함 사업자로 독일 TKMS를 선정하며 최대 60조원 규모 CPSP에서 한국은 수주에 실패했다
- 한국은 장보고-Ⅲ 잠수함 실물 운용과 빠른 납기, 대규모 산업협력으로 경쟁했지만 나토 상호운용성과 유럽 공급망 패키지를 앞세운 독일을 넘지 못했다
- 정부·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전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단위 패키지 전략과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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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식 안보 패키지 앞에 기업별 역할 조율 과제도 부각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은 결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한팀이었다'는 현실을 확인시킨 무대가 됐다. 한국은 잠수함 기술력과 빠른 납기, 장거리 작전 능력, 대규모 산업협력 패키지를 앞세워 총력전을 펼쳤지만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에 고배를 마셨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잠수함 성능 경쟁이 아니었다. 동맹, 후속 군수지원, 현지 산업 생태계, 장기 운용망을 묶는 국가 단위 패키지 경쟁에 가까웠다. 한국도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였지만, 나토라는 제도화된 안보 공동체를 등에 업은 독일의 전략적 우위를 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납기 앞섰지만…승부 가른 '나토 상호운용성'
7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차기 잠수함 건조 사업자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다목적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사업이다. 잠수함 계약 규모만 약 20조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기술적 측면에서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3600t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이미 실물이 건조돼 운용 단계에 들어선 플랫폼이다. 선행 모델인 도산안창호함은 진해에서 괌,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까지 약 1만4000㎞를 항해하며 장거리 작전 능력과 캐나다 해군과의 상호운용성을 입증했다.
반면 TKMS가 제안한 212CD형 잠수함은 차세대 전투체계와 스텔스 성능 등을 앞세웠지만 아직 실물이 없는 설계 단계다. 캐나다가 2035년 퇴역 예정인 기존 잠수함 전력을 대체해야 하는 만큼 빠른 납기는 한국 측의 주요 강점으로 꼽혔다.
다만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의 주문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납기 약점을 만회했다.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긴 2034년에 첫 4척을 인도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한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은 전략적 판단이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TKMS의 플랫폼에 대해 "북극 해역 운용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어 원활한 통신과 정보 공유는 물론 합동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 동맹국 잠수함의 3분의 1 이상이 TKMS가 만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카니 총리는 또 "캐나다의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심화하며, 캐나다 기업들이 유럽 공급망에 참여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가 독일 잠수함을 선택한 것은 단순 장비 도입이 아니라 나토 해양 안보 체계와 유럽 방산 공급망에 더 깊숙이 편입되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독일은 '나토 패키지'…한국은 '원팀 전략' 과제
독일과 캐나다는 모두 나토 핵심 회원국이다. TKMS가 수주전에서 손잡은 노르웨이도 나토 회원국이다. 독일은 TKMS 단일 기업의 제안을 넘어 독일·노르웨이 공동 운용 체계, 나토 상호운용성, 북극·북대서양 작전 경험, 유럽 방산 공급망 참여 기회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했다.
한국도 민관이 총력전을 펼쳤다. 한화오션은 2026년부터 2044년까지 700억캐나다달러 이상의 교역·투자와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PCL 건설, 블랙베리, 온타리오 조선소 등 67개 현지 기업 및 정부 기관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정부도 수주전을 지원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이 캐나다를 찾아 잠수함 수주 지원에 나섰고, 수소 화물트럭 생산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협력 구상도 제시했다. 이른바 '프로젝트 비버'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원팀'의 성격 차이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었지만, 독일은 나토라는 기존 안보·운용 공동체 안에서 캐나다를 설득했다.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통신, 정보 공유, 합동 작전, 정비, 공급망까지 이미 같은 틀 안에서 연결된 구조를 앞세운 것이다.
수주전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완전히 하나의 목소리로 움직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캐나다 사업 수주를 위해 힘을 보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 주도권과 기업별 역할을 둘러싼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됐다. 특정 기업의 성과로 부각될지, 한국 잠수함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묶일지를 두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이번 수주전이 남긴 핵심 과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도 '원팀'으로 뛰었지만 나토처럼 제도화된 안보·운용 공동체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는 기업별 이해관계를 넘어선 더 정교한 국가 단위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독일과 경쟁한 것 자체가 성과"…양사, 재도약 다짐
이번 결과가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를 제치고 TKMS와 함께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한국 잠수함 산업이 글로벌 메이저 시장에서 독일과 경쟁하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우리 저력을 국제 사회에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줬다"며 "오늘의 경험은 우리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내고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임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 결과는 전적으로 한화오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도 입장문을 통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신 정부와 관계 기관, 기업들과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수주를 위해 대한민국이 원팀으로 뛰었던 경험은 우리 K-방산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러한 경험을 발전시켜 향후 K-방산 수출과 국익 증진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