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종합지수는 750선을 돌파하고 달러/원 환율은 원화 강세 속에서 1,160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전문가들은 8월중 주가가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국제유가 급등, 중국의 긴축 기조, 반도체 가격 하향 등으로 700선을 하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또한 환율의 경우에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180원대를 향해 상향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경제 펀더멘탈이나 외환 금융시장 주변 여건을 보면 이같은 예상은 실제로 맞았다. 미국에서 금리를 지난 6월말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렸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45달러선에 접근하는 등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반도체 가격 하향세도 아직은 진행중이고 특히 국내 경기는 수출 증가율 둔화 우려감 속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3%대로 낮아질 것이고,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주가나 환율을 보면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주변 여건은 불확실성과 온통 악재 투성이인데 주가나 환율 등 가격 변수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 기조 강화: "폭염 속의 단비"금융시장이 예상 외로 강세로 가는 근저에는 역시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거래대금이 말라가는 주식시장에서 수급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외환시장의 경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나 무역흑자 지속과 함께 외국인 주식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수급상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2,78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2,000억원 이상 순매수를 한 것은 지난 6월 25일 2,537억원 이래 두달 반만에 처음이다. 또 순매수 규모는 지난 5월 20일 3,624억원 이래 최대이다. 또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거의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월 12일 이래 순매수 기조를 보이기 시작했다.지난 7월 12일 이래 순매도를 했던 날은 지난 7월 15일, 7월 27일, 8월 9일 불과 사흘에 불과하다. 또 7월 15일 이후에는 순매도규모도 1,000억원 미만으로 감소했다.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7월 28일부터는 순매수를 할 경우 1,000억원 이상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순매수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일단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수에 대해서는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700선 이하로 떨어지면서 비관론이 득세한 시장에 "폭염 속의 단비"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주식 비중이 40%대를 웃돌면서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론과 함께 정책무용론까지 나오면서 IMF 이후 왜곡된 국내 금융·자본시장이지만, 어쨌든 주가가 오른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투자자나 종사자나, 기업가나 당국자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배경은 뭘까 최근 전까지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중국의 긴축 기조 얘기가 나오면서 중국 투자 및 수출 관련 등 경기민감주가 급락했고, IT 경기 둔화 가능성 속에서 반도체 등 대장주들마저 약세로 빠졌다. 더욱 한국 경제가 내수 침체 속에서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퍼져가고 있다.이런 과정에서 고객예탁금 등 증시 주변자금은 이탈 돼 매수여력이 고갈되고 거래대금이 연중 최처치를 경신하는 등 빈사상태 속에서 증시 체력이 급속히 저하됐다.그렇다면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처럼 알게 모르게 매수 기간은 길어지고 매수 강도가 세 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 중국의 연착륙 가능성 기대감 ▲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하향 가능성 및 주가 급락에 따른 매수처 이동 ▲ 한국 경제의 내수 바닥 형성 가능성 ▲ 일본식 장기불황설 등 극단적 비관론으로 봤을 때의 매수시점 탐색 등을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낙폭과대가 극심한 주식이나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종별로도 중국 수출 관련 소재류나 금융을 포함한 내수 관련주, 자동차 관련주를 매수하고 있는 것이 분석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는 7월 중순부터 진행되면서 주식시장에 수급의 변화를 몰고 오면서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며 "중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낙폭과대를 보인 한국 주식시장의 단기 반등 가능성을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대우증권의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은 "외국인 주식 순매수는 당초 예상보다 빨라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700선 이하로는 빠지지 않는다는 단기 바닥론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화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이사)는 "외국인 매수가 다소 의외이나 작년 외국인 매수에 따른 주가 상승 기억도 나게 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있다"며 "최근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감까지 시장이 생각할 수 있는 악재란 악재가 터진 만큼 악재보다는 개선될 경우에 더 민감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 지속되나? 주가 상승 추세 전환하나?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에 따라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가 '폭염 속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뚜렷한 확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의 이영원 파트장은 "한국의 대표업종인 반도체 등 IT 관련업종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내년초나 돼야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추세반전을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중국 관련 소재, 내수 업종을 매수하는 것으로 봐서 단기적인 내수 바닥론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LG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시장에서 외국인의 주력 매수 타겟이 IT 관련 주식이라는 점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중기적인 수급 변화로 이어질 지는 아직은 의문"이라며 "미국이나 중국 경제, 외국인 매수의 지속 여부, 해외증시자금 흐름 등을 감안해서 연속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시각을 비췄다.그러나 한화의 이종우 센터장은 "외국인 매매의 특성상 순매수 기조가 시작됐기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그럴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은 개선되고 국내 참가자들도 작년처럼 외국인 매수에 대항한 적대적 매도가 줄어들 수 있어 상승폭이 의외로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이어 이종우 센터장은 "외국인이 매도할 때 내수업종에서 IT 관련주로 매도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급락상황까지 왔으나 매수할 때는 그 역순이 될 수 있다"며 "IT업황이 나빠지더라도 과연 산업기반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활성화되면 매수욕구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