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본 사실에 자극을 받은 한국은 토종 사모투자펀드의 결성을 통해 기업 인수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중이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전했다.신문은 전 리만브라더스 코리아 대표였던 이재우, 모건스탠리 서울 대표였던 신재하 그리고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및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난 변양호 등 한국 금융계의 삼인방이 결성한 '보고펀드(Vogo Fund)'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들은 은행 및 보험업체들로부터 약 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또 신문은 지난 해 규제당국이 국내기업이 사모펀드와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으며, 올해 1월부터 효력을 발생한 법안 중 특히 여러가지 조항 중에서 유한 파트너에게 수익의 90%를 분배할 경우 법인세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올해 들어서만 규제당국에 등록한 사모펀드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미래애셋 등이 설립한 펀드를 포함해 10개가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추가로 시장진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한편 여기서도 외국계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대표적으로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 김병주가 이끄는 MBK파트너스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합자펀드로 일부 국내기관에서 자금을 모았으나, 김 대표 등 무한책임사원들이 칼라일 사모펀드에서 명성을 얻은 덕분에 싱가포르 정부투자 회사인 테마섹 홀딩스,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연금 등을 유한책임회사로 7억5,000만달러를 유지한 바 있다.보고와 MBK 등 전망이 밝은 대형 펀드들이 대규모 기업 매수 작업에 나서고 있는 한편, 다른 토종 펀드들은 중소형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AWSJ는 이들 펀드가 아직 제대로 된 인수 사례를 나타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진입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적인 환경이 창출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론스타 펀드, 뉴브리지캐피털, 칼라일 등이 계속 기업사냥에 나서는 한편, 아시아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KKR(Kohlberg Kravis Roberts & Co.)도 한국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성장한 토종 사모펀드들이 예전에 비해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유치함에 따라 경쟁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KKR의 전무이사 조셉 베이(Joseph Bae)는 "한국시장은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좋은 기업들이 많은 편"이라며 "외국계 펀드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은 앞으로 2년 안에 변화될 것으로 본다"며 이 시장의 재편을 전망했다.주로 차입을 통한 기업인수 작업을 실시하는 외국계 사모펀드는 1997~98년 아시아 위기 때부터 한국기업들의 인수합병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칼라일이나 뉴브리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일부 곤란에 처한 은행들을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건지면서 한국 현지 언론에서는 이러한 외국계 사모펀드를 "시체 사냥꾼"이라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한편 신문은 토종 사모펀드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민연금과 군인공제회 등 역시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로결정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다만 사모펀드 투자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신생사모펀드에 대해 자신들이 투자위원회에 참여하고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전해 달라는 등 이례적인 조건을 부과하여 일부 펀드로부터 거부받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특히 보고펀드와 MBK 등은 국민연금의 이러한 투자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그러나 한국시장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H&Q아시아퍼시픽 측이 국민연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외국계 기업이라는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현대증권과 와이즈애셋매니지먼트 그리고 ABN암로 등을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한국인인 피터 고를 앞세워 국민연금으로부터 2억달러를 유치하는데 성공하고 신한금융그룹에서도 1억5,000만달러를 모집했다이들은 한국은 사모펀드가 이제 막 시작되는 중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이 부과한 조건이 받아들일만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