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닷새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 이래 950원 이하로 떨어지며 940원 초반까지 세차게 약세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후반 예상하지 않던 차에 950원을 하향하는 데는 역외세력이 손절매도하는 등 포지션 처분에 서둘러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금융시장은 충격을 보이며 한반도 위기감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를 노골화하는 과정이 전개됐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달러매수-원화매도로 인해 950원 이상에서 960원대를 넘봤고, 국내 주가는 떨어졌으며, 경기 둔화 우려감 등으로 채권금리는 내림세를 보였다.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됐고 미국과 일본의 초강경 자세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격도로 경색됐다.
이런 과정에서 한반도 리스크에 민감했던 역외세력들을 중심으로 대거 달러화를 매수하며 달러/원 환율 상승을 이끌었고, 때로는 하락을 제지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 국면에서 중국의 핵실험에 대한 강한 불만이 표출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유엔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미국 역시 초강경 대응을 말하면서도 전쟁가능성을 부인하면서 한반도 긴장은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반도 긴장 완화는 급격한 환율 상승을 막았으며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960원대 고점 대기매물이 나오면서 환율도 상승이 억제됐다.
북한 핵사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와 글로벌 달러 강세, 주가 약세 등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와 역내외 달러 매수세들이 그간의 환율 상승을 이끌었던 주요 배경이 됐었다.
◆ 북 핵사태 이후 환율 상승 요인 해소, 역외 손실 속 대거 포지션 급처분
그러나 중국이 대북 특사를 파견하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미국과 일본의 강경론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대북 제재 수준도 군사적 조치가 배제된 경제-금융 제재로 ‘톤 다운’됐고, 한국의 대북 경협사업 지속 방침도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달러가 120선의 저항에 부딪혀 추가 상승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더니 상승모멘텀 상실에 따른 실망 매물과 더불어 하향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미국이 지난 24~25일 FOMC 회의 결과 금리를 동결했고 FOMC 성명서에서도 시장 일각의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등 매수 강경론자들의 주장이 실리지 않았다.
더욱이 미국 중앙은행 당국자들의 인플레 리스크에 대한 경계 발언이 지속되고는 있으나 미국 경기가 주택경기를 축으로 급격히 둔화되면서 달러 약세론도 제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4분기 GDP 성장률이 1.6%에 그치자 매수포지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달러/엔 환율은 119선대에서 하향하다 118선을 거쳐 결국 117선대로 급락했고, 유로/달러는 1.27선대로 올라섰다.
수급 저항으로 그간의 포지션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역외세력들도 더 이상 매수포지션을 끌고가지 못하고 급처분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는 예상보다 하락폭이 커져 환율은 940원대로 떨어지게 됐다.
이런 점에서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북핵 사태에 따른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 즉 지난 9일부터 3주간의 사이클은 해소된 것으로 판단된다.
◆ 글로벌 달러 하락 방향성 고심, 940원대 탐색 장세 예상
북핵 사태 이후 시장 상황은 글로벌 달러의 약세 정도, 그런 과정에서 수급 요인이 한층 힘을 발휘하는 분위기로 옮아왔다.
특히 지난주 후반 이후 월말 요인이 작용하면서 수급의 위력이 커졌으며, 글로벌 달러도 급락 변동성을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그렇지만 글로벌 달러가 약세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는 것보다는 강세기조가 탈색되고 있다는 해석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들이다.
달러/엔의 경우 120선을 넘지 못했고 달러/엔을 이끌었던 미국쪽의 사정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탓이 작용했지 엔이 이끌어가는 장세는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달러/엔의 경우 아직은 116~120선대 박스권에서 조정 양상을 보일 뿐이고, 더욱이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미국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통에, 시장의 달러 매수포지션 유지 관점까지 겹치며 하락쪽으로는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국내 시장 역시 940원대로 급작스럽게 들어섰으나 달러/엔이 급락 이후 주춤하고 940원선이면 전저점 수준이기 때문에 달러 매도세가 공격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유사 등 저가 결제 수요가 강화되고 있는 점, 그러니까 940원 초반에서는 매도의사보다는 매수의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월말 네고도 어느정도 소화되는 모습이어서 시장을 일방적으로 하락쪽으로 몰고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달러/원 환율은 940원대를 중심으로 수급간 공방을 벌이다가 향후 방향성을 탐색해 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 944원선이 지지됐고 달러/엔이 117.50선대로 소폭 반등하고 역외 선물환율도 944원선으로 반등한 탓에 944원을 중심으로 943.10~945.50원선, 그리고 좀더 넓게는 941.60~946.50원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