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세계경제 사령관이라 불리는 미국 연준(Federal Reserve) 버냉키 의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그의 면모를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버냉키 1주년 특집은 "버냉키노믹스: 버냉키와 연준의 도전"을 주제로 <버냉키 시대의 도래>, <대공황 마니아>, <그린스펀 스탠더드>, <버냉키 스탠더드>, <버냉키호의 좌표>, <글로벌 위기의 시험> 순으로 연재될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인 버냉키와 그가 이끌어갈 연준을 조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 그린스펀의 유산과 ‘그린스펀 스탠더드’
(1) 그린스펀의 ‘블랙 박스’를 열어라
‘전설이 자라다’. 앨런 그린스펀이야말로 이 말에 적격인 인물이다. 무려 19년간이나 연준을 이끌며, 1990년대 미국의 최장기 호황을 주도하는 한편, 각종 대내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사상 최고의 중앙은행가”라는 격찬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의 전기를 쓴 밥 우드워드는 그에게 “마에스트로”라는 호칭을 선사했고, 일각에서는 “금융이 종교라고 한다면, 그린스펀이야 말로 교황이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오늘날 연준 의장에 붙는 “경제 대통령” 혹은 “사령관” 등의 별칭 역시 대부분 그의 실제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스펀의 퇴장 혹은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과 그 파장에 대한 경계심이 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의 유산과 교훈을 어떻게 보존, 계승할 것인가를 두고 한참 고민이 치열하다.
가령 일명 ‘잭슨홀 컨퍼런스’로 유명한, 매년 여름 미국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은 지난 2005년 아예 『그린스펀 시대: 미래의 교훈』(The Greenspan Era: Lessons for the Future)라는 주제를 잡은 바 있다. 한편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도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며 지난 2005년 12월 별도의 회담을 통해 그린스펀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가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블라인더(前 연준 부의장)와 리카도 라이스 교수는 「그린스펀 스탠더드의 이해」(“Understanding the Greenspan Standard”, 2005)라는 논문을 통해, 그린스펀을 “통화정책 영역 내에서 지난 1987년 이후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문제, 나아가 학계에서도 일부 주요 사태에서 핵심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른바 “그린스펀 스탠더드”(Greenspan Standard)라는 화두(話頭)를 제시하며, 실은 이야말로 당대 연준의 통화정책에 다름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진면목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그린스펀 스스로 자신의 ‘마법 공식’에 대해 글을 쓰지도, 또 일부 예외를 빼고는 자신의 사고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화성 전설은 무성하지만, 정작 그의 “서류가방”은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그린스펀의 유산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가?”고 반문하고, 이른바 “그린스펀의 책상 서랍 1단”에 담겨 있는 “복제가능하고... 지속력있고... 일반화될 수 있는” 교훈과 유산을 추출하고자 한다.
① 일상적인 통화정책과 그린스펀 스탠더드
블라인더와 라이스 교수는 우선 “일상적인 통화정책”(workday monetary policy)을 기준으로 8가지 차원에서 ‘그린스펀 스탠더드’에 대해 정의를 시도한다.
첫째, ‘준칙 對 재량’의 논쟁과 관련해, 그린스펀 스탠더드가 “대단히 정황적이며 심지어 기회주의적이기도 하다”며, 이를 “그 어떤 종류의 전략적 제약도 최소화하고 내내 전술적인 유연성을 최대화하는... 순수한 재량”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지난 1960~70년대 경험에 비추어 이런 재량 위주의 접근법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의 시대의 탁월한 성과, 즉 低인플레이션 기조 자체가 이런 우려를 일축한다. 그린스펀 스스로도 각종 모형이나 ‘최적화’에 기반한 접근을 비판하며, 이른바 재량의 ‘마술’을 역설한다.
두 번째로, 이른바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이 주목된다. 이것이야말로 “그린스펀 시대 통화정책의 차별적인 방법론적 패러다임”이라는 얘기. 이는 여느 금융기관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리스크 관리, 즉 “부정적 결과에 대한 취약성을 줄일 구조 및 통제 메카니즘의 구축”을 통화정책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학계에서 유행하는 “제약 최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실천적인 정책 결정에서는 (허위에 그칠) “모형 특수 최적성”(model specific optimality)보다는 “로버스트성”(robustness)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셋째는 통화정책 수단의 선택에서 ‘실질 금리, 특히 균형 금리 혹은 중립 금리(또는 빅셀의 “자연금리”)와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은 통화정책 수단으로서 이런 실질 금리의 활용이 “그린스펀의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중립 금리 개념에 천착한 ‘테일러 준칙’(Taylor's Rule)과 같은 경우는 “연준의 의사 결정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묘사가 아니라 계량경제학적 알레고리에 불과”하며, 언제나 많은 재량의 여지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오히려 이런 재량이야말로 “그린스펀의 리스크 관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
넷째는 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이중 임무’(dual mandate)에 대한 존중이다. 특히 이들은 당초 그린스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경파’(hawk)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은 상당한 ‘온건파’(dove)였다고 평가한다. 그린스펀이 인플레이션과 실업 둘 다에 모두 주목했었다는 얘기. 사실 로렌스 메이어 前 연준 이사도 “그린스펀의 대본(playbook)” 중 첫 번째로, “인플레이션 안정 및 인플레이션 기대의 억제와 완전 고용 이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상호 모순적이지 않고 상호 강화적이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다섯째, ‘미세조정’(fine tuning)의 부활 역시 그린스펀 스탠더드로 주목을 끈다. 실은 그린스펀 취임 무렵만 해도, 1970년대 大인플레이션의 악몽이 온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적절한 조합․관리를 의미하는 이런 미세조정은 사실상 퇴장된 실정이었다. 그린스펀 스스로도 미세조정이라는 표현은 자제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이야 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미세조정가”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이를 구현하는 게 바로 ‘금리 조정의 점진주의’, 이른바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Greenspan's baby step)이다.
여섯째,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의 증진이다. 암호와도 같은 그린스펀의 모호한 수사법이나 재량에 대한 집착 등을 감안하면 다소 역설적이지만, 사실 그 휘하에서 이런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진작되기 시작했다. 물론 초기에는 그린스펀도 이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누적적으로 변화가 이뤄지면서 일종의 “조용한 혁명”(블라인더)이 이뤄져 왔다는 것. 또 투명성에 관한 한 연준은 아직도 다른 중앙은행에 비해 ‘느림보’라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런 추세 자체는 바로 그린스펀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일곱째, ‘코어(core: 근원) 인플레이션 對 헤드라인(headline: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문제. 이들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 조정한 코어 인플레이션 척도들이 일반적인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보다 기저의 인플레 압력을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미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나은 선행성 혹은 예측력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그린스펀 스탠더는 통화정책 운영에서 코어 인플레이션 척도에 주목한다. 이런 태도는 유가 충격에 대한 대응에서 두드러진다. 즉 유가 충격이 일시적인 한 과도한 긴축을 자제하는 태도 말이다.
마지막은 “그린스펀의 성공이 과연 요행(luck)인지, 아니면 진정한(good) 것인지” 하는 점이다. 사실 그린스펀 시대의 탁월한 경제 실적으로 이른바 ‘대완화’(Great Moderation)가 자주 언급되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요행의 소산에 다름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 역시 그의 성공 중 많은 부분이 행운에 빚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 그린스펀을 “운좋은 의장”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과서에는 해답이 없는” 각종 위기와 도전을 감안한다면, 꼭 그렇게만 치부할 수 없다고 이내 덧붙인다. 결국 “둘 다 정답”이라는 얘기.
[뉴스핌 장보형 객원이코노미스트]
※본 특집의 저자인 장보형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한신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0여년간 국내 정보컨설팅 업체인 와이즈 인포넷에서 '국제금융/경제 팀장'을 맡아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동향 점검 및 이슈 분석을 전담한 후, 현재는 '글로벌 마켓 이코노미스트'로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뉴스핌 객원 이코노미스트로 합류했습니다.
■ 그린스펀의 유산과 ‘그린스펀 스탠더드’
(1) 그린스펀의 ‘블랙 박스’를 열어라
‘전설이 자라다’. 앨런 그린스펀이야말로 이 말에 적격인 인물이다. 무려 19년간이나 연준을 이끌며, 1990년대 미국의 최장기 호황을 주도하는 한편, 각종 대내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사상 최고의 중앙은행가”라는 격찬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의 전기를 쓴 밥 우드워드는 그에게 “마에스트로”라는 호칭을 선사했고, 일각에서는 “금융이 종교라고 한다면, 그린스펀이야 말로 교황이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오늘날 연준 의장에 붙는 “경제 대통령” 혹은 “사령관” 등의 별칭 역시 대부분 그의 실제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스펀의 퇴장 혹은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과 그 파장에 대한 경계심이 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의 유산과 교훈을 어떻게 보존, 계승할 것인가를 두고 한참 고민이 치열하다.
가령 일명 ‘잭슨홀 컨퍼런스’로 유명한, 매년 여름 미국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은 지난 2005년 아예 『그린스펀 시대: 미래의 교훈』(The Greenspan Era: Lessons for the Future)라는 주제를 잡은 바 있다. 한편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도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며 지난 2005년 12월 별도의 회담을 통해 그린스펀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가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블라인더(前 연준 부의장)와 리카도 라이스 교수는 「그린스펀 스탠더드의 이해」(“Understanding the Greenspan Standard”, 2005)라는 논문을 통해, 그린스펀을 “통화정책 영역 내에서 지난 1987년 이후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문제, 나아가 학계에서도 일부 주요 사태에서 핵심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른바 “그린스펀 스탠더드”(Greenspan Standard)라는 화두(話頭)를 제시하며, 실은 이야말로 당대 연준의 통화정책에 다름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진면목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그린스펀 스스로 자신의 ‘마법 공식’에 대해 글을 쓰지도, 또 일부 예외를 빼고는 자신의 사고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화성 전설은 무성하지만, 정작 그의 “서류가방”은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그린스펀의 유산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가?”고 반문하고, 이른바 “그린스펀의 책상 서랍 1단”에 담겨 있는 “복제가능하고... 지속력있고... 일반화될 수 있는” 교훈과 유산을 추출하고자 한다.
① 일상적인 통화정책과 그린스펀 스탠더드
블라인더와 라이스 교수는 우선 “일상적인 통화정책”(workday monetary policy)을 기준으로 8가지 차원에서 ‘그린스펀 스탠더드’에 대해 정의를 시도한다.
첫째, ‘준칙 對 재량’의 논쟁과 관련해, 그린스펀 스탠더드가 “대단히 정황적이며 심지어 기회주의적이기도 하다”며, 이를 “그 어떤 종류의 전략적 제약도 최소화하고 내내 전술적인 유연성을 최대화하는... 순수한 재량”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지난 1960~70년대 경험에 비추어 이런 재량 위주의 접근법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의 시대의 탁월한 성과, 즉 低인플레이션 기조 자체가 이런 우려를 일축한다. 그린스펀 스스로도 각종 모형이나 ‘최적화’에 기반한 접근을 비판하며, 이른바 재량의 ‘마술’을 역설한다.
두 번째로, 이른바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이 주목된다. 이것이야말로 “그린스펀 시대 통화정책의 차별적인 방법론적 패러다임”이라는 얘기. 이는 여느 금융기관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리스크 관리, 즉 “부정적 결과에 대한 취약성을 줄일 구조 및 통제 메카니즘의 구축”을 통화정책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학계에서 유행하는 “제약 최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실천적인 정책 결정에서는 (허위에 그칠) “모형 특수 최적성”(model specific optimality)보다는 “로버스트성”(robustness)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셋째는 통화정책 수단의 선택에서 ‘실질 금리, 특히 균형 금리 혹은 중립 금리(또는 빅셀의 “자연금리”)와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은 통화정책 수단으로서 이런 실질 금리의 활용이 “그린스펀의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중립 금리 개념에 천착한 ‘테일러 준칙’(Taylor's Rule)과 같은 경우는 “연준의 의사 결정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묘사가 아니라 계량경제학적 알레고리에 불과”하며, 언제나 많은 재량의 여지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오히려 이런 재량이야말로 “그린스펀의 리스크 관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
넷째는 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이중 임무’(dual mandate)에 대한 존중이다. 특히 이들은 당초 그린스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경파’(hawk)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은 상당한 ‘온건파’(dove)였다고 평가한다. 그린스펀이 인플레이션과 실업 둘 다에 모두 주목했었다는 얘기. 사실 로렌스 메이어 前 연준 이사도 “그린스펀의 대본(playbook)” 중 첫 번째로, “인플레이션 안정 및 인플레이션 기대의 억제와 완전 고용 이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상호 모순적이지 않고 상호 강화적이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다섯째, ‘미세조정’(fine tuning)의 부활 역시 그린스펀 스탠더드로 주목을 끈다. 실은 그린스펀 취임 무렵만 해도, 1970년대 大인플레이션의 악몽이 온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적절한 조합․관리를 의미하는 이런 미세조정은 사실상 퇴장된 실정이었다. 그린스펀 스스로도 미세조정이라는 표현은 자제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이야 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미세조정가”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이를 구현하는 게 바로 ‘금리 조정의 점진주의’, 이른바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Greenspan's baby step)이다.
여섯째,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의 증진이다. 암호와도 같은 그린스펀의 모호한 수사법이나 재량에 대한 집착 등을 감안하면 다소 역설적이지만, 사실 그 휘하에서 이런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진작되기 시작했다. 물론 초기에는 그린스펀도 이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누적적으로 변화가 이뤄지면서 일종의 “조용한 혁명”(블라인더)이 이뤄져 왔다는 것. 또 투명성에 관한 한 연준은 아직도 다른 중앙은행에 비해 ‘느림보’라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런 추세 자체는 바로 그린스펀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일곱째, ‘코어(core: 근원) 인플레이션 對 헤드라인(headline: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문제. 이들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 조정한 코어 인플레이션 척도들이 일반적인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보다 기저의 인플레 압력을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미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나은 선행성 혹은 예측력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그린스펀 스탠더는 통화정책 운영에서 코어 인플레이션 척도에 주목한다. 이런 태도는 유가 충격에 대한 대응에서 두드러진다. 즉 유가 충격이 일시적인 한 과도한 긴축을 자제하는 태도 말이다.
마지막은 “그린스펀의 성공이 과연 요행(luck)인지, 아니면 진정한(good) 것인지” 하는 점이다. 사실 그린스펀 시대의 탁월한 경제 실적으로 이른바 ‘대완화’(Great Moderation)가 자주 언급되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요행의 소산에 다름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 역시 그의 성공 중 많은 부분이 행운에 빚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 그린스펀을 “운좋은 의장”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과서에는 해답이 없는” 각종 위기와 도전을 감안한다면, 꼭 그렇게만 치부할 수 없다고 이내 덧붙인다. 결국 “둘 다 정답”이라는 얘기.
[뉴스핌 장보형 객원이코노미스트]
※본 특집의 저자인 장보형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한신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0여년간 국내 정보컨설팅 업체인 와이즈 인포넷에서 '국제금융/경제 팀장'을 맡아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동향 점검 및 이슈 분석을 전담한 후, 현재는 '글로벌 마켓 이코노미스트'로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뉴스핌 객원 이코노미스트로 합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