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분산되어야 좋다. 수익이 덜 나더라도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주로 권한다. 물론 이론적 지식이 실전으로 넘어가면 생각은 또 달라진다.
돈은 분산되어야 좋다는 상식적인 제목을 단 이유는 해외투자와 관련된 짧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부동산이 올라가고, 증시가 올라가고 있다. 문제는 너무 많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부동산의 경우 작년 6월에 소위 90/70 대책을 발표했다. 신규 허가되는 주택건설은 90m2형 이하가 전체 건설단지의 70%를 차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실 평수 20평 이하에 해당하는 소형아파트를 70%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시의 경우에도 작년 중국 증시가 100% 가까이 올라서 중국 정부가 과열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화끈한 부동산 대책을 미뤄 짐작해 본다면 증시과열 조치도 기대된다. 아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렵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비록 중국 경제가 성장할지라도 증시 과열 조치에 대한 부담이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면 조정을 받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해소될 때 주식을 사야 한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투자자들에게 있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중국 증시가 얼마짜리 증시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MSCI 기준으로 보면 중국 증시 PER은 16배이고, 증권사에서는 PER이 30배라고 한다. 분식집에 가서 라면을 먹고 계산하는데 나는 2천원 내고, 옆 테이블에서 먹던 사람은 천원만 내는 꼴이다.
밸류에이션을 대충 볼 수밖에 없는 중국 증시를 지금도 좋아하는 이유는 기업이익이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 속에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한국 경제성장 과정을 지켜본 한국인들이라면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1990년대 자본시장 개방이후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돈을 잃어 본 사람이라면 보다 실감할 수 있다고 본다.
돈은 많으면 좋다. 그러나 너무 많으면 안 좋아질 수 있다. 소화할 능력도 안 되는데 밥을 몇 그릇씩 먹다보면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지금 한국이 자국 내 펀더멘탈을 소화하고도 남는 유동성이 있다면 이 돈은 외국으로 가는 것이 좋다. 한국에 남아서 자산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분산되어야 한다. 버블을 양산하는 것보다 분산되는 것이 길게 봐서 더 좋다는 것이다.
한국 일부 제조업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업종에서는 아직도 외국인만 쳐다보고 있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린(한국도 미국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금도 한국 증시에서 돈을 벌고 있다.
외국인들만 쳐다보지 말고 외국인이 되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들에게 한국경제 성장의 열매를 나눠 줬으면 주로 손해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관찰한 자의 내공도 만만치는 않다고 본다. 한국 투자자들의 실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인은 이제 중국인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이다. 우리도 외국인이라면 외국인처럼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미국처럼 말이다.
그리고 국내투자에 있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이젠 뒤에서 따라오는 신예 스타들도 경계하면서 뛰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기업들에 비해서 장사를 잘 못했고, IT소비자 가전 쪽에서는 투자타이밍이 일본에 한발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약 900년 전 고려시대에 규소(Si)를 이용해 세계최고의 명품을 만들었다. 고려청자다. 반도체의 원재료 역시 규소(Si)다. 올해는 해외투자를 통해서 한국 투자자들이 돈을 벌고 국내기업은 경쟁기업들과 나란히 하거나 앞서 나갈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 김정훈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