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채권 금리가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세가 재개됐고, 이로 인한 손절이 쏟아지며 시세가 상승했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장'이었다는 것이 이날의 관전평이다.
향후 시장의 움직임 또한 그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 국고채 3년물 4.05%로 하락, 외국인 공격적 매수 주도
1일 한국금융투자협회는 국고채 3년 수익률이 4.05%로 전날보다 5bp 내려 거래를 마쳤다고 최종고시했다. 국고채 5년물은 4.57%로 4bp 내렸다.
또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은 나란히 3bp씩 내린 5.22%와 5.44%에 최종거래됐다.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은 110.55로 전날보다 19틱 올라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4144계약을 순매수하며 시세상승을 이끌었다. 증권과 은행은 1480계약과 135계약을 매도했고, 연기금도 640계약을 팔았다.
이날 시장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전날 발표된 10월 산업생산 동향 결과가 금통위의 금리인상 전망을 멀게 할 것이란 관측이 호재였다면, 지난 금요일의 금리급락은 가격부담으로 작용 매수를 꺼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초반부터 매수를 쏟아내던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최근 외국인들은 국채선물 누적포지션이 부담스러운 듯 포지션 일부에 대해 이익실현을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어느 정도 하락세가 보이면 이내 매수로 가격을 받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추가매수여력을 확보하면서 시세상승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초반부터 2000계약 가까운 매수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조정에 대한 기대로 매도를 보이던 국내 기관들은 이내 손절을 쏟아내며 가격상승을 이끌었다.
장중 호주의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졌지만 외국인의 매수는 이마저도 삼켜버렸다.
◆ 악재가 없다! 가격부담 해소 여부가 관건
시장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격 부담 말고는 악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12월 금통위가 다가오지만 금리인상에 나서긴 어렵다는 의견에 확신이 생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의 두바이 이슈 역시 '경기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으로 인식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경기회복 속도의 둔화가 감지되는 점이나 채권수급상황이 나쁘지 않은 점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다.
전통적으로 12월에는 자금여건이 나아지면서 채권수요가 강해졌던 점도 매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날은 더욱이 장중 '김정일 사망'루머가 나온 점도 채권시장에 우호적이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확실한 이유는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수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관들이 외국인들의 호구가 됐다"며 "조정이 쉽게 오지 않을 장세"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는 모습이다.
투신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리가 너무 빨리 내린 것 말고는 매도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외국인이 쉽게 매도로 돌아설 것 같지도 않고 매도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에 대해 왜 사는지, 언제까지 살지 등 의문을 가질수록 숏에 손이 가게 되지만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외국인이 있는한 선물의 고점 경신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외국인들의 플레이에 국내기관들은 완전히 그로기 상태"라며 "사실 두바이건은 리먼이후 급격한 시장정상화가 아닌 잠재된 불안요인이 여기저기 깔려 있다는걸 다시 확인시켜준 재료이기 때문에 이게 여파가 없다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안전자산에 치중하게 될거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플레어들이 힘을 잃어 외국인들이 이끄는대로 움직일 뿐이란 얘기다.
그는 이어 "가격 조정이 오려면 국내들이 팔 수 있어야 되는데 그거보다는 조정 오기를 기다리는 장"이라며 "이런 점은 오히려 강세장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시장의 관심은 내년 수급으로 이동
일각에서는 시장의 관심이 점차 수급으로 옮겨가고 있어 매도심리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의 숏커버가 나오지 않는데 대해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이는 결국 매도재료와 함께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내년 국고채가 80조원 수준이라 부담일 것이란 전망이 숏재료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빌미로 매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기획재정부 국고과 김정관 과장이 한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채권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상황이라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5년과 10년 물량이 너무 늘어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내년 금리인상과 관련 커브 플래트닝 전망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만큼 물량 부담이 크단 얘기다.
이어 그는 "내년 초부터 발행되는 국고채 물량에 대한 충격이 없을려면 WGBI카드가 필요하다"며 "시장의 관심은 내년 수급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도 "일단은 레벨부담이 있는데다가 내년초 발행물량이 많아질 것이란 데 대한 부담이 점차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1분기에 특히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장기물 비중이 많이 늘어날 예정이라 심리적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경기회복이 이런식으로 둔화되기 시작하면 공사채 발행도 계속 많이 있을 것으로 보여 이 또한 부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