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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양보 없는 대형건설사들의 쟁투에 조합원들도 지지하는 시공사에 따라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말 시공사 선정을 위해 개최된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 총회에서는 각종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결국 표결 자체가 무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59~141㎡의 주택형으로 임대아파트 138가구를 포함, 797가구를 짓는 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사업규모 외에도 향후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이 이어질 노원구 일대의 첫 재건축 사업이란 점에서 건설업체들로서도 놓칠 수 없는 승부처로 꼽혔다.
결국 이 단지는 어렵게 재건축 조합 총회를 열었지만 파행을 거듭하면서 총회가 무효화 되고 말았다.
이 단지의 총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된 원인은 시공사 선정을 노리는 건설사들의 극한 대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재건축 단자에서는 GS건설과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세 개 건설사가 시공권을 놓고 겨루고 있다.
조합 총회에서는 1차 표결 결과 GS건설이 최다 득표를 했으나 조합원 과반수에 1표가 모자라 결국 2위를 차지한 삼성물산과 최종 표결에 돌입하게 됐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양 사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의 거친 몸싸움이 시작됐고 경찰까지 동원되는 난장판이 벌어지면서 결국 조합장 차모씨는 총회 무효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비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이 고조되면서 이 같은 정비사업 수주 ‘복마전’은 향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본격화된 정비사업 수주전은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사들이 뛰어들면서 더욱 혼잡해지고 있는 상태다.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지난 2005년 이후 주택 공급과잉을 우려해 주택사업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택경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현재는 오히려 일감이 부족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3년간의 주택 일감 부족으로 일부 대형 건설사 주택부문 근로자들은 ‘월급 받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한탄할 만큼 일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은 중견건설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택지개발 사업 등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서울, 수도권 지역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에 시공사 도급 공사를 추진하는 형태로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건설사들간의 경쟁도 극한 상태를 치닫고 있다. 회사의 자존심은 물론 실적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성북구 장위동의 한 뉴타운 구역에서는 대형건설사 S사의 금품살포 논란이 벌어졌으며, 조합 갈등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송파구의 한 재건축단지는 아직도 조합과 비대위의 소송이 해결되지 않아 10여년 동안 사업이 수렁에 빠져 있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주택사업을 줄여왔던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라며 “언젠가는 서로의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한 ‘묵시적 담합’이 이루어지겠지만 당분간은 기싸움 차원에서라도 이 같은 출혈경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한 시장 전문가는 “대형건설사들의 고래싸움에 새우인 조합원들의 등만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시공사들의 과대선전에 현혹될 것 없이 냉정하게 시공사를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