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조속히 매각하되, 비판이 제기되지 않게”
[뉴스핌=한기진 기자]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늦어도 오는 22일까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그 지위가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해지’, ‘본계약 체결 여부’와 동시에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문제를 추후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한다’는 안건도 같이 올렸다.
현대그룹과는 관계정리를, 동시에 현대차와는 인수협상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 여론 부담 피하고, 조속한 매각 원해
주주협의회 고위관계자는 20일 “현대건설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산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도 있다”며 “다시 문제가 생기면 되돌리지 못하므로 조속히 매각이 이뤄지게 하되, 비판이 제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한 뒤 줄곧 인수자금 증빙을 놓고 제기된 의혹과 이로 인해 벌어진 공방을 앞으로는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향후 (매각해야 할 기업이)하이닉스도 있고, 대우조선해양도 있고….”라고 했다. 종합하면 주주협의회 일각에서 자금력이 충분히 증명되는 대상을 전제로, 가급적 빨리 현대건설 매각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주주협의회 다른 관계자는 “주주협의회에서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을 협의할지를 결의하면 빠른 시일 안에 협상지위 부여 여부 안건이 부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으려면 주주협의회의 의결권 비율로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외환은행(25%), 정책금융공사(22.5%), 우리은행(21.4%)이 주요 기관들로, 이들이 찬성표를 던지면 된다. 현대차는 5조 10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
◆ 이행보증금 반환 카드, 현대그룹에 제시…통할지 주목
세 기관 모두, 여론의 비판과 소송전 등의 부담을 피하는 방향에서 현대건설 매각을 조속히 끝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현대차와 인수협상 개시가 꼽힌다.
외환은행이 MOU 체결을 놓고 정책금융공사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서둘렀다는 건, 체결 지연시 법률적 책임도 있겠지만 내부에서 조속한 매각에 무게를 이미 뒀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정책금융공사나 우리은행은 인수자의 자금증빙 의혹이 재발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공방에 정치권까지 나선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인수계약에 서명까지 한 하나금융그룹측도 촉각을 세우고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미 론스타와의 계약에 현대건설 매각이익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2월 인수대금 완납까지 현대건설 매각이 마무리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지불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입찰가의 5%)을 반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도 이 같은 목적의 카드로 보인다. 채권단 법률자문사 태평양의 관계자는 “MOU 해지를 결정하면 현대그룹측이 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수 있는 등 수많은 추가 대응 가능성이 있다”며 “이행보증금은 (협상) 담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의 반발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지가 관건이다. 현대그룹은 19일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당장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을 향해 “직무유기”, “특혜시비를 부를 것”이라는 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