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돌발적인 유가 급등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서긴했으나 지금까지는 충분히 소화가능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급등한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몇개월동안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주 초반 리비아 사태로 인해 가파른 상승세을 보이고 있다.
◆ 중동·북아프리카 불안, 국제유가 배럴당 10달러 추가 상승 요인
전문가들은 리비아 원유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다른 국가들의 대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현재 리비아산 원유의 대미 수출 비중은 1% 미만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주요국들의 정치사회적 불안 사태로 인해 유가가 대략 배럴당 10달러 정도 추가적인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배럴당 100달러가 갖는 경제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주 들어 뉴욕증시는 2% 가까이 하락했고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가계의 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연료가격 상승으로 인해 항공 및 운송서비스와 석유화학 관련 생산업체들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몇몇 항공사들은 승객들에게 유류비 인상분을 추가로 부담시켰다. 현재 미국 항공업계의 제트기 연료 비용은 갤런당 3달러 선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치(Fitch Ratings)의 윌리엄 워릭 애널리스트는 "유류 비용이 갤런당 3달러 20센트까지 상승하면 항공업종 가운데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1년간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 성장률은 0.2%~0.3% 포인트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유가 100달러가 유지될 경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인 3.7%가 아닌 3.4%~3.5%로 떨어지게 된다.
반면 글로벌 경제는 이보다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선진국에 비해 원유에 대한 1인당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은 0.1% 포인트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특히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 각국의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1갤런당 8달러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유가 급등 상황은 경기 회복에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 유가 100$ 시대, 인플레이션 우려. 소비경제 타격도
유가 급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정책적 통제 범위를 넘어서 있고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에서는 음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와 남미 등지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가가 150달러 선까지 급등한 뒤 몇 달 간 지속되는 경우다. 이럴 경우 또 다른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럴 경우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에 이르게 되고 이 경우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고 생산자는 공장을 닫아 실업이 늘어나게 된다.
지난 2008년 7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11센트였다.
그 해 미국의 소비 규모는 연율로 3.5% 급락했고 이는 지난 198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기록된 바 있다.
리테일메트릭스의 켄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제유가 수준은 이미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며 "만약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중류층 소비자들도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