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만일 TV를 산 소비자에게 몇개월 후 판매사가 "상품의 가격이 잘못 책정됐었다"며 일부를 환급해준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순간적으로는 '옳다구나'하는 마음에 신나겠지만 한시간이 흐르고 하루가 지나면 슬슬 '왜 처음부터 제대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을까?', '다른 제품들 중에는 가격 오류난 것은 없을까?'하는 의심이 들게 될 것이다.
하물며, 투자자를 대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시장에서 '수수료를 비싸게 받았다'며 돌려준다고 치자.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CEO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목표전환형 랩'의 선취수수료에 대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현재의 관행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랩 상품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개념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한 기간에 해당하는 수수료만 취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이다. 나아가 이미 해지한 고객들에게도 이러한 규정을 적용시켜 환불해주라고 지시했다.
증권사들로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잘못 부과된 수수료도 아닐 뿐더러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아 판매한 상품인데 이미 수개월 전에 해지한 고객들에게까지 환급하라는 조치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게다가 증시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단기간내에 목표치를 달성한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만족도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논리'에 대해서 이해는 하면서도 '대체 왜'라는 물음표가 시장을 맴돈다.
이미 상품의 약관에 대해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 판매하고 성과를 낸 상품에 대해서까지 소급 적용하라는 조치를 그대로 수긍하기에는 뭔가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여태까지 국내 자본시장에 많은 '장'이 열리고 수많은 상품이 태어나고 사라졌지만 절차상 하자없는 상품의 해지고객에게까지 판매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돌려준 일은 극히 드물다.
어떤 상품이든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제도와 정책은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불소급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소급해 환불하라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직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을 제안하는 것과 이미 상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 대해 '환불' 조치하는 것은 온도 차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 자체가 신뢰를 잃고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증권사는 과도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안게 됐고 금융당국은 소급 적용을 시켜 돌려줘야할 만큼 적정하지 않은 수수료에 대해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
게다가 앞으로 현행 수수료 체제를 유지할 경우 단기간에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증권사가 운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사게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잇따라 불거지는 랩 관련 갈등과 잡음을 보면서 이래저래 편치 않은 노파심만이 시장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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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