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근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의장의 공개 정책기자회견이 무난하게 끝났다. 하지만 뒷 얘기는 아직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버냉키 의장이 시장에 너무 아부한 것 아니냐, 또 불타고 있는 시장을 구경만 한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블로그 논평("Bernanke Talks, Rome Burns")에서 "버냉키 의장은 자신들의 인플레 전망을 50%나 상향 조정하면서도 최근 인플레이션 양상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금융시장을 행복하게 만드느라 고통을 감내한 것 아닌가"하고 지적했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이 당분간 긴축에 나설 의향이 없음을, 나아가 필요할 경우 추가 완화정책을 구사할 의지도 있음을 비치면서 월가는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를 재경신하는 등 환호했다. 달러화 가치는 수 년래 최저치로 하락하고 금 시세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WSJ 논평은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시장에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지도록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거품이나 서브프라임 CDO에서 보이듯 월가는 공포 없이는 통제력을 상실하곤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에 도달한 것이나 금 시세가 온스당 1500달러에 이르러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는 채권시장은 문제적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5년물 금리 2%가 가능한 것인가"라고 WSJ는 물었다.
이어 WSJ는 거듭, 버냉키가 조금도 강경한 기조를 드러내지 않고 온건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를 뒤풀이 하는데 그친 것이 아쉽다면서, 최소한 "물가 안정이 존재 이유라는 점을 한번 일깨우기라도 하지 그랬는가"고 지적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의 트리셰 총재와 같이 유가나 귀금속 시장에서 거품을 조금이라고 걷어내는데 동조했다면 달러화 가치나 조금 지지되었을 것이라면서, 연준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곳이지 월가를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고 쓴소리했다.
게다가 WSJ의 이번 논평은 원래 버냉키는 매우 솔직한 인물인 것 같은데 완전히 솔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일례로 "어제 은 선물이 7% 급등한 것을 보면서도 '중국인들이 은에 미쳤구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 아니냐"고 했다.
WSJ는 버냉키의 지나치게 온건했던 태도에 대해 4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첫째, 버냉키 의장은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완전히 믿고 있으며, 달러화 약세도 우려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 버냉키는 아직도 디플레이션 위험에 질려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는 월가를 혼란에 빠지게 하기 싫어서 기존 논평이나 성명서를 되풀이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냉키 의장은 온건한 인상을 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월가는 그런 태도를 원했고 또 실제로 그렇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WSJ는 "가능하면 네 번째가 이유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또 한번 스스로에게 속고 싶지 않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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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