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재계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도급 직원 직접고용 현안(정규직 전환)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잇따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발벗고 나선 것.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현안에 재계가 나서는 이유는 왜일까.
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등 국내 주요 기간산업에서 사내하도급이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사내하도급을 파견으로 인정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그만큼 경영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법원은 올해 초 현대차의 사내하도급을 근로자 파견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내하도급 업체 소속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낸 소송에 대한 답이었다.
제조업체의 사내하도급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최모씨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현재 노동계는 이 같은 최모씨의 사내하도급 판결을 근거로 '즉각 2년 이상된 파견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파견이 아니라 하도급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산업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현대차도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며 항고한 상태다.
파견을 인정해 정규직 전환에 나선다면, 노동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인건비 상승과 불안한 노사관계 등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재계와 현대차의 공통된 주장이다.
사내하도급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일제히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당장 회사의 고용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나아가서는 인력공급 과잉에 따라 회사 경쟁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가 나서 현대차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이유인 셈. 특히, 현대차가 가장 많은 비정규직 노조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선례를 남기면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 문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안"이라면서 "정규직 전환을 해야한다면 오히려 2년 미만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재계약 기피 현상이 심해져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도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화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면 도급 자체를 해외 거래선으로 바꾸는 등 구조를 원천적으로 바꾸는 것을 모색할 수도 있다"면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내다봤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허용업종의 확대 및 파견기간 제한을 폐지한다면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노사간 분쟁도 줄어들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편, 사내하도급 직접고용 문제에 대해 근로자 보호 및 노동유연성과 산업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 노·사·정이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박종길 고용노동부 국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과 사내하도급 활용' 세미나에 참석, "사내하도급이 불법파견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고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고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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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