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애널리스트는 모든 걸 의심하는 데서 출발해야"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솔로몬투자증권에서 최근 만난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의 요즘 머릿속은 온통 ‘인력충원’으로 가득하다. 지난 4월 솔로몬투자증권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지만, 그의 관심은 여전히 애널리스트 보강을 통해 리서치센터를 제대로 꾸리는 데 있다.
“대형사에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소형사는 정말 죽을 맛이죠. 대형사에선 중소형사의 RA(리서치 어시스턴트)를 스카우드 해가면 되지만, 중소형사 입장에선 RA를 데려오기도 힘들죠. 그래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을 뽑으려 돌아나기고 있지만, (금융투자)협회의 애널리스트 등록 규정이 생긴 이후로는 사람을 데려와도 1년 동안 (애널리스트로) 쓸 수 없으니 그것 자체로 타격이 심합니다”
지난 2월부터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려면, 협회에 애널리스트로 신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을 획득하거나 1년 이상 국내외 증권사 RA 혹은 2년 이상 금융 유관기관에서 조사 분석을 담당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제도를 만든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사람이 제도에 치여서는 되겠냐”며 협회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애널리스트의 전문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시행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애널리스트 잦은 이동 문제는 이 센터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한 중소형 증권사 센터장이 사석에서 대형사의 ‘애널리스트 빼가기’를 거친 말로 성토하던 기억이 뚜렷하다.
아울러 이는 리서치 센터장만의 고충도 아니다. 그는 “긴 안목에서 보면 예전에 비해 리서치의 질도 떨어졌다”며 “2000~2002년이 분석 능력이 제일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때의 40% 정도밖에 안 된다”며 요즘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이렇게 주변 여건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 센터장은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정면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그는 “일각에서 중소형사가 리서치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대형사와 똑같이 중요 섹터부터 인원을 채운 후에 정면승부를 펼 것”이라며 “대형사가 명성이나 시스템이 좋지만, 그게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개인적으로도 이 센터장은 애널리스트의 길을 천직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 많은 업종 중에 증권업에 들어오고 그 많은 역할 중에서 리서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리서치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직으로 애널리스트를 여기고 실제 23년째 애널리스트를 하고 있는 그에게 후배들한테 당부할 충고를 부탁했다. “애널리스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르다면 그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애널리스트죠.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내공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특히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자기의 명성을 쌓고 유지하면서 활동한 사람이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삶에서도 성공했습니다. 어차피 오래 못할 거니까 있을 때 단기 승부를 보려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좀더 길고 넓은 안목에서 리서치도 하고 세상에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후배들의 마음가짐에서 애널리스트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가 촉발되길 바란다는 얘기였다.
이종우 센터장은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 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실장과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타장을 역임한 1세대 애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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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