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김기락 박영국 정탁윤 기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적정수준의 납품단가 보장"을 요구한 것과 관련, 재계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제도를 이미 마련해 시행중에 있으나 정부가 주문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는 것은 딴 뜻이 있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들은 '상생경영'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이중 첫번째가 주요 원자재를 삼성전자가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사급제도'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없애고, 원자재 구매에 소요되는 자금 및 금융 비용을 삼성전자가 부담함으로써 협력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LCD TV 등 대형가전에 사용되는 철판·레진·동 등 3대 품목에 우선적으로 사급제도를 적용했다"며 "이후 알루미늄, 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외에도 1, 2차 협력사간 공정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1차 협력사의 2차 협력사에 대한 물대 현금지급, 현장개선 등의 지원활동을 협력사 종합평가항목에 반영하고 있으며, 1, 2차 협력사 간 불만 사례를 접수해 삼성전자가 조정·중재에 나서는 '사이버신문고'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2009년 4월 '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를 제정, 협력사의 납품 단가를 보장하고 있다. 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 중 하나가 원자재 가격 변동, 시장 환경 변동요인 등을 반영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 납품단가조정협의제, 계약 체결시 서면계약서 교부, 부당한 감액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감시하기 위한 하도급거래 내부심의위원회 가이드라인, 협력회사 선정·운용 가이드라인 등도 현대차그룹은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도 1차 협력업체와 협의한 납품단가 조정 내용이 2∼4차 협력기업에도 전달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른바 1차협력사의 2,3,4차 협력사들에 대한 '횡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한 포스코는 납품후 3일 이내 납품대금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주 2회 현금결제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납품단가 문제는 포스코가 가장 중시하는 상생문제 중 하나"라며 "협력업체의 성장이 곧 포스코패밀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포스코 의 기본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그동안의 지속적인 상생경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문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재계의 대변인'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납품단가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납품단가와 판매단가가 다른 문제, 또 각 개별기업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다는 것 등 좀더 시장상황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룹 관계자는 "최 장관의 발언이나 대기업 흔들기는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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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김기락 박영국 정탁윤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