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성공을 확신할 때까지는 해외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 단호한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해외에서 꾸준히 백화점 진출에 대한 제의가 들어오지만 현시점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는 현대백화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 3위인 신세계백화점도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합작사나 제휴를 통한 현지 진출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해외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이야기만 듣고 돌려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백화점 업계 2, 3위가 모두 해외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해외의 적극적인 러브콜에도 이들이 해외진출을 꺼려하는 것은 왜일까.
이런 분위기는 해외 점포 확장에 적극적인 롯데백화점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해외 백화점 사업에 진출한 것은 롯데백화점이 유일하다.
롯데백화점 중국 베이징점. |
현재 롯데백화점은 오는 2018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적극적인 거점 설립이 필수다.
백화점 업계에는 이런 차이가 바로 점유율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45.4%로 다른 경쟁사 백화점 두 곳을 합쳐도 당해내기 힘들 정도”라며 “때문에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달리 국내 기반을 더 확대할 여지가 있는 현대·신세계백화점 입장에서는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 투자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전세계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4만불일 때 가장 발전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출발점에 들어설 때로 국내 성장성이 최고로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성이 큰 국내를 놔두고 굳이 위험요인이 많고,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든 해외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들은 국내 점포 확대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대구점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 청주점, 양재점 등의 확장 계획을 내놓고 있고 신세계백화점도 2012년 의정부역사점, 2014년 동대구점 등의 점포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아직까지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이들이 해외진출을 꺼리게 되는 이유다.
현대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일본 백화점업계의 사례를 보면 우리보다 먼저 해외에 진출했지만 십수년간 꾸준히 적자봤다”며 “무조건 해외에 나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해외진출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으니 해외 진출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때문에 롯데백화점의 해외시장 공략의 전략과 성공여부에 백화점 업계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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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