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 철학에 큰 흠집이 생겼다. 자존심 강한 정 회장이 대대적인 문책인사에 나설 것이다."
최근 '고장철'의 오명을 쓰고 있는 KTX-산천 제작사 현대로템을 두고 이런저런 입방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추석명절이 지나면 곧 인사철이 도래한다는 점에서 소문이 꼬리를 무는 모양이다.
정 회장이 그동안 고속철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럴만한 개연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벌어지지도 않은 인사 문제에 성급한 예측을 내놓은 건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소문이 양산되는 것은 아무래도 KTX-산천의 고장 문제가 그만큼 민감한 이슈라는 반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함께 KTX-산천을 시승하며 현대로템의 고속철 제작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
최근 철도안전위원회는 KTX-산천 고장 문제에 대해 제작사인 현대로템의 설계 또는 제작 불량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자연히 안전 문제가 뒤따올 수밖에 없는 대목.
잦은 고장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 제품을 납품 받으면 안된다'는 일부 위원의 의견도 나왔다. 현대로템은 코레일과 계약을 맺고 올 연말까지 5편성(50량)을 납품할 예정에 있다.
현대로템은 하소연 한다. 새심한 품질 확보가 부족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지만 전적으로 고장 문제를 제작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데는 할말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로템이 파악하고 있는 KTX-산천 고장 문제는 총 48건이다. 이 중 7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개선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올 연말까지 코레일에 납품하기로 한 5편성(50량)은 이런 개선작업을 적용해 제작 중이다. 일부는 이미 개선 작업을 포함해 총 제작을 끝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이번 철도안전위원회의 발표가 당혹스럽다 못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칫 어머어마한 수익이 한번에 날아갈 위기이기도 하지만 세계 무대를 향한 초대형 수주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대로템 측은 몇번이고 답답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고속철의 국산화란 대업을 이루며 글로벌 철도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업 입장으로 코레일과 정부, 시민을 향해 항변하기에도 껄끄럽다.
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발주하는 코레일이 원하는 스펙대로 만들어주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제작사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코레일에서 주문한데로 우리는 맞춰주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앞뒤를 자르고 단순히 설계나 제작상 결함이라고 하면 누가봐도 제작사의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 제작이나 납품 과정 모두가 코레일과 맺은 계약에 기초해 이루어진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회사 관계자는 "10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단일부품 측면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은 거의 없다"며 "코레일이 요구한 제품 스펙에 맞추다보니 이상없는 단일부품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 사업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향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수조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전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코레일의 문제이거나, 제작사의 문제이거나, 혹은 공동의 문제이거나, 분명한 문제점 개선은 시급한 화두다.
다만 알스톰, 지멘스 등 세계적 제작사들과 겨뤄 우리 기술을 세계에 알려야할 중요한 시점에 제작사의 기술력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들의 하소연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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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