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근본적인 책임 '외면'…사태 확산될까 '꼬리 자르기' 급급
▲최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제일저축은행 여의도지점에 고객들이 찾아와 가지급을 신청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저축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경영진단 결과를 놓고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또 저축은행의 불법행위를 검찰에 고발함에 있어서도 일부 부실기관만 몰아세우며 사태를 수습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경영진단 제대로 했나…'고무줄 잣대' 논란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저축은행 '살생부'를 발표하고, 업계 2위와 3위인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을 비롯해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초 15곳 내외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거론됐지만, 후폭풍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대상을 최소화한 것이다.
실제로 운 좋게 위기를 모면한 6개 저축은행의 명단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자산 2조원대의 대형 저축은행이거나 같은 계열 저축은행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당국이 파장을 우려해 영업정지 대상을 축소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특히 'PF 부실'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면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솔로몬저축은행의 PF 자산은 1조원 수준으로 5000억원대인 토마토나 제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캠코에 부실자산을 7000억원 정도 대거 매각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 게 사실이다.
금감원이 PF자산에 대한 부실 여부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사전에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놓고 여기에 맞게 평가 결과를 꿰어 맞춘 게 아닌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PF자산의 부실 여부를 평가할 때 자의적인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PF자산 규모가 가장 큰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캠코에 4차에 걸쳐 PF대출을 적극 매각해 본래 대출액과 매각가의 차액만큼 이미 손실 처리해서 총매각 대출액 7000억원 중 앞으로 대손충당 처리해야 할 규모는 2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3~4년 동안 연간 600억원 정도 충당을 쌓으면 소진되는 수준"이라면서 "올해부터는 당기손익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입김'나 금융당국의 입맛에 따라 저축은행들의 운명이 엇갈렸다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형평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위기 모면한 저축은행도 불법행위 고발해야
불법행위를 저지른 저축은행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이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금감원은 지난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중 토마토, 제일, 대영, 에이스, 파랑새 등 5개 저축은행과 영업정지를 모면한 6개 저축은행 등 11곳을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21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불법대출을 비롯한 부당행위는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걸쳐 팽배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번에 검찰에 고발된 11곳 외에서 불법행위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따라서 건전성과 상관없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검찰에 고발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영업정지’를 당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여부에 따라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것 자체가 금융당국의 차별적인 행태”라면서 “금융당국이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에 고발된 저축은행들의 경우 대주주는 물론 재무책임자들이 줄줄이 소환되면서 사실상 재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결과적으로 ‘고무줄 잣대’로 영업정지를 받은 저축은행들은 검찰조사로 두 번 사형선고를 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공평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이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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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김연순 기자 (dream@newspim.com) 트위터(@ys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