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금호피앤비화학 원료구매담당자는 지난달 30일 GS칼텍스로부터 올해 말까지만, 벤젠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지난 2005년부터 연단위 계약을 통해 벤젠을 공급해 오던 GS칼텍스가 계약 만료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급중단 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GS칼텍스가 이날까지 계약연장 여부 등을 통보하지 않으면, 6년째 이어온 공급계약은 내년까지 자동으로 1년 연장하도록 돼 있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벤젠을 원료로 페놀과 BP 등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전체 벤젠 소요량의 절반 가량을 GS칼텍스로부터 공급받아왔다. 올해 공급량은 약 10만t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GS칼텍스가 바로 전날 여수시의 땅 입찰에서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일격을 당하자 감정적 분풀이를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의 입찰은 여수시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시유지 25만6000㎡에 대한 매각 입찰로, 금호피앤비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GS칼텍스를 제치고 공동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에서 금호측은 예정가 238억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450억원을 써내 427억원을 적어 낸 GS칼텍스를 제쳤다.
이번에 금호측이 낙찰받은 부지는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당수의 여수국가산단 입주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던 곳이며, 특히 GS칼텍스 공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오래 전부터 GS칼텍스가 인수를 위해 공을 들여왔었다.
이 때문에 GS칼텍스가 금호 측에 입찰 다음달 바로 공문을 보내자 서운한 감정을 공급중단으로 화풀이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GS칼텍스의 공급중단에 대한 부정적 해석은 섣부른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GS칼텍스가 공급중단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올해 말까지는 아직까지 2개월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어 협상을 통한 계약연장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호측 관계자는 “예년에도 11월쯤 계약물량 및 가격 등을 협의했는데, 협상시기가 1달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본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공급중단이 현실화되면 금호피앤비화학이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GS칼텍스도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측면에서도 단순한 화풀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금호피앤비화학은 벤젠을 원료로 사용하는 BPA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15만t에서 45만t으로 대폭 늘릴 예정으로, GS칼텍스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고객이다.
기업간 거래에 있어 밀고 당기기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이를 갈등으로만 해석해 어느 한쪽을 나쁜 기업으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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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