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식자재 유통', 전형적 잡식성 사업확장 비난 고조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119조2항)"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헌법119조에 담긴 경제민주화 가치를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대기업 사이에 식자재 유통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존 사업과 달리 식자재 유통시장은 영세 상인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식자재 유통사업은 각종 신선식품을 비롯해 고추장, 된장 등 식료품 재료들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B2B라고 하지만 주로 각종 식당, 식품 프랜차이즈 등이 수요처다.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논하기는 무리가 있다. 각 지역의 식자재 유통업체나 유통 상인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없이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이른바 ‘블루오션(?)’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잠식해가는 과정에 영세 식자재 유통사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영세 식당에 식자재를 배달하거나 작은 점포에서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온 영세 상인들이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력을 당해낼 리 없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일부 영세 사업자들이 단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반발하는 것과 달리 식자재유통은 이렇다 할 대변단체도 갖지 못하고 있다. 조직적인 대응은커녕 조용히 중소 식자재 유통사업자는 대기업에 의해 생계를 빼앗기는 중이다.
텅빈 재래시장, 화곡시장 <사진=김학선 기자> |
현재 식자재유통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업체는 단연 식품업체들이다.
CJ그룹 계열사 CJ프레시웨이는 직접 도매를 하지 않지만 대리점 영업 등을 통해 골목 식당가의 영업까지 진출했다. 2010년 CJ프레시웨이의 유통부문 매출은 8136억원을 달성하는 등 현재 식자재 유통사업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프레시원이라는 도매업체에 지분투자를 통해 중소형 식자재유통업 진출을 본격화 했다. 현재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 프레시원광주, 프레시원중부, 프레시원남서울 등 4곳에 각각 10~20% 지분을 투자한 상태다.
이들은 CJ프레시웨이의 물류센터를 공유하면서 각종 식자재를 식당, 프랜차이즈, 소매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대상그룹은 아예 식자재 유통 매장을 오픈해 식자재 유통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상의 자회사 대상베스트코를 통해 전국 각지의 중소규모 식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하고 각 지역에서 점포확대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특히 인천과 대전, 원주, 청주 등에 대형매장 ‘청정원 식자재유통’ 개점을 시도하면서 인근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일부 매장은 인근 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업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상태다.
대상 측은 각종 장류, 두부를 비롯해 자사 주요 제품을 인근 식당, 소매점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홈푸드는 최근 지자체와 제휴를 맺으면서 대형 음식점, 플랜차이즈에 대한 직거래 영업을 확대 중이다.
풀무원은 기업 생성 아이템자체가 식자재에서 출발해 성장해왔기에 여타 기업과는 사정이 다르지만 계열사 푸드머스를 통해 신선식품 위주 식자재 유통 가맹사업을 운영중이다.
LG그룹의 방계사인 아워홈은 기존 단체급식 유통망을 활용해 중소형 식당 등 외식업체에 직접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다. 아워홈은 최근 '순대'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이들이 식자재유통을 대폭 강화하는 이유는 자사 및 계열사 제품을 직접 유통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B2C 분야에 한정됐던 식품업체들은 시장영역을 B2B로 확대할 수 있고, 대량 식자재를 유통해온 단체급식 업체들은 유통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 상생없는 영토확장에 재래시장 '한숨'.. 업계, '소비자 선택권' 제한도 문제
결국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서 이처럼 재래시장으로 손을 뻗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기존 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 성장에 한계를 맞이한 만큼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뜻이다.
현재 20조원 규모의 B2B 식자재유통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추산된다. 하지만 업계는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소비자의 선택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영세 식자재 유통은 신선도나 식품안전 등의 한계가 명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질 좋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 진출을 무조건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생이다. 대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는 동안 재래시장의 소상공인들은 당장 생계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달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기업이 SSM이라는 이름으로 골목슈퍼를 고사시키더니, 이제 도매유통시장까지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도소매 중소상인들 다 죽이는 것이 과연 유통시장의 새 바람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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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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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된 가운데 소비자의 발길이 한산해진 화곡동의 한 재래시장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