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감독원 박원호 부원장이 최근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이동했다. 통상 한단계 아래인 부원장보급이 금융회사 유관기관 간부로 이동한 경우가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더욱이 그는 부원장 승진 1년도 안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선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과 맞물린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으로 풀이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따른 금융회사 취업제한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7년 대선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첫 해인 2008년 금감원내 2년차 임원들은 모두 옷을 벗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통상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금융감독원 A국장은 "2008년 당시 금감원에서 임기 2년된 임원 4명이 옷을 벗었다"며 "당시 옷을 벗었던 임원들은 갈 자리가 없었다"고 기억했다.
결국 올해 대선 이후 내년 임기 2년차를 맞는 박 부원장으로선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해 '전략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처우와 업무 연관성을 고려해도 박 부원장의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으로의 이동은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란 평가도 있다.
A국장은 "1월 초에 갑자기 박 부원장 이동 얘기가 나와서 적잖이 놀랐다"면서도 "내년에 옷을 벗을 수 있는데 3년간 임기가 보장되는 자율규제위원장으로의 이동은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해왔다.
금감원 B국장 역시 "자율규제로 규정을 위임해놓은 것이 상당히 많아 자율규제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며 "업무 연관성이 높은 곳에서 전문성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기회로 보여진다"고 귀띔했다.
결국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큰 금감원에 남아있는 것 보다 임기가 보장되고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이직이 현실과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박 부원장의 이직이 다소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금감원 내 간부들의 나름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은 현직 금감원 간부들의 고민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과거 부원장보급 임원의 경우 유관기관으로의 이동이 마땅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김앤장, 광장 등 유명로펌의 고문 자리였다. 하지만 이 마저도 최근 공직자윤리법 시행으로 어렵게 됐다.
공직자윤리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쪽은 금감원 국장들인 셈이다. 과거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 옮겨갔지만 취업제한으로 통로자체가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C국장은 "금투협은 이전에는 나가지 않았던 자리였는데 앞으로는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돼 유관기관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한다.
D국장은 "다른 곳은 정년이 늘어나고 있지만 금감원에선 조기 퇴직 분위기가 형성되고 점점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박 부원장의 경우 조직을 위해서 좀 더 일을 했으면 싶은데 후배들 생각도 해야 되고 여러가지를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근엔 은행연합회 부회장으로 금감원 부원장보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현 은행연합회 부회장이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차기 부회장도 금감원 출신이 갈 것이란 얘기가 이전부터 나돌기는 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10월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금감원 엑소더스가 박 부원장의 이직을 시작으로 임원까지 이어지는 신호탄이 아닐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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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