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각료 사퇴로 타격을 입은 그리스 내각이 제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구제금융 개혁법안 초안을 승인, 1300억 유로 규모의 추가 구제자금에 한발 다가섰다.
이에 따라 그리스 국민과 트로이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12일(일요일, 현지시간) 예정된 그리스 의회의 최종 표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저항이 거센 가운데서도 그리스 정치인들은 이번 개혁법안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지만, 선거가 멀지 않은 가운데 그리스 정치권의 분위기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더구나 이번 개혁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유럽연합(EU)은 3억 2500만 유로의 추가 긴축과 함께 그리스 정당 지도부의 지속적인 개혁 실행 약속을 해야 구제자금을 집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아직 '산 넘어 산' 형국이다.
10일(현지시간)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정부가 어렵지만 국제사회의 구제금융 협상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재앙과 같은 무질서한 디폴트를 겪든지 해야 할 것이라며 결단을 호소했다.
그는 "그리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면서 "새로운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새 구제자금을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연정을 이끌고 있는 파파데모스 총리는 추가 긴축에 동의하지 않는 각료 중 6명이 사퇴하는 등 정부 구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는 EU와 국제통화기금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추가적인 급여, 연금 및 일자리 감축 요구를 놓고 정치권과 위험한 협상 줄타기를 해왔다.
결국 그리스 정치권은 최저임금 수준을 22% 낮추고 1만 5000명의 공공일자리와 연금을 삭감하는 긴축조치에 합의했지만, 각료가 이탈하고 정치권 일부와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했으며 EU 재무장관들과 채권단 역시 불만을 터뜨리는 등 '사면초가' 상태.
그리스는 오는 3월 20일까지 145억 유로 규모의 국채가 만기 도래하는데, 추가 구제금융 자금을 받지 못한다면 파산하는 수밖에 없다.
파파데모스 총리는 이날 법안 승인에 대해 "대안은 결국 '파국'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국이란 단어를 네 번이나 사용했다. 그는 5년 연속 경기침체에 빠진 그리스 경제가 2013년에는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희망을 보여주면서, 긴축정책이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회의론을 다독였다.
이번 그리스 정부의 개혁법안 승인에 앞서 극우정당의 LAOS당 대표인 지오르지 카라차페리스는 가혹한 긴축 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당 소속 각료 4명을 사퇴하게 했다. 나머지 사퇴한 2명의 각료는 사회주의 정당인 PASOK당 소속이다.
사퇴한 각료 중 1명은 교통부장관이고 나머지는 차관급이다. 이 같은 내각의 변화에 대해 파파데모스 총리는 즉각 인사 대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LAOS당 소속의 사퇴한 각료들 중 2명은 개인적으로는 긴축 개혁법안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이고, PASOK당 역시 의원들에게 표결에 참여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열린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날 의회 너머 거리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분노한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투척하는 등 그리스는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그리스 최대 경찰노조는 트로이카 등 국제 대부자들을 임의 체포할 것이라면서, 또한 "우리 형제들과 거리에서 싸우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그리스 일간지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트로이카의 긴축 요구가 과도하다며 그리스 노조는 48시간 항의 파업을 개시했다.
다만 지난해 거리를 가득메웠던 시위 인파에 비하자면 이날 그리스 거리는 상대적으로 한산해 을씨년한 분위기를 풍겼다.
EU 재무장관들이 즉시 구제금융 실행에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결단할 때가 왔다"면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희생과 더 큰 희생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카라차페리스 LAOS당 대표는 "그리스인들은 인질도 노예도 될 수 없다"며 "아무리 급해도 존엄성을 짓밟히고 굴욕당할 수는 없다"고 호통쳤다. 그는 화살을 메르켈 총리로 돌리면서 "그리스인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가르치는 독일은 두터운 지갑으로 남유럽인들의 삶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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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