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내수시장 '한계'… 해외시장 개척 불가피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핌=최영수 기자] 최근 몇 년 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해 온 LG패션이지만, 구본걸 회장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했던 고민을 이제 패션업계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기업가의 원초적 책무와 욕구가 구 회장의 가슴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
◆중국에 패션업계 미래가 있다
구 회장이 진두지휘한 지난 수년간 LG패션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크게 성장했으며, 업계 선도업체인 제일모직에 견줄만큼 패션업계에서의 위상도 한껏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좁은 국내시장에서 순위를 다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패션업계에서도 대기업들이 국내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 회장은 해외시장 가운데서도 우선 중국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라푸마'를 필두로 매출 및 시장점유율 확대를 적극 꾀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에 중국시장에 진출한 헤지스, 라푸마, 마에스트로, TNGT, 모그 외에도 향후 5년 안에 LG패션의 전 브랜드를 진출시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중국시장은 세계 유수의 브랜드가 대부분 진출해 있기 때문에 제품의 우수성은 물론 브랜드 파워가 절실한 곳이다. 중국시장을 만만히 보고 어설픈 전략으로 진출했다가 실패한 국내기업들의 사례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중국시장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 조절에 나서면서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구 회장이 중국을 밤낮없이 드나들며 중국시장 공략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중요한 사안이 생길 때면 곧바로 출장길에 올라 현안을 직접 챙긴다는 후문이다.
LG패션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구 회장의)중국 출장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중국시장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과 열정은 각별하다"고 전했다.
▲구본벌 LG패션 회장(오른쪽)과 필립 조파드 라푸마 회장이 2010년 11월 중국 베이징 레전데일호텔에서 라푸마차이나 합작법인 설립 조인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피할 수 없는 글로벌경영 '시험대'
그러나 중국시장 공략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LG패션이 '라푸마'를 필두로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아직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실제로 LG패션의 중국 수출 실적은 2009년 235억원, 2010년 214억원으로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LG패션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제품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검증된 바 있지만, 브랜드 파워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LG패션이 '라푸마'를 비롯해서 글로벌 기업들과 합작투자를 병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의 해외 경쟁력이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중국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시장 공략에 대한 구 회장의 자신감은 남다르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지금이 바로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LG패션이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구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고 오규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이 같은 구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구 회장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배가되는 시점에서 CEO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LG패션 관계자는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해외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 회장은 LG패션이 자랑하는 헤지스, 마에스트로 등 중국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브랜드의 마케팅을 강화해 시장을 확대함은 물론, 국내에서 검증된 다른 브랜드들도 중국시장에 진출시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결국 LG패션의 중국시장 공략은 구 회장이 패션업계 리더이자 CEO로서 진정한 재평가를 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구본걸 LG패션 회장 약력>
1957년 출생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 MBA 졸업
1985년 Cooper & Lybrand 공인회계사
1990년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회장실 재무팀
1995년 LG증권(이사)
1997년 LG 회장실 기업투자팀장(상무)
1998년 LG전자 미국지사
2003년 LG 구조조정본부 사업지원팀장(부사장)
2003년 LG산전(현 LS산전) 관리본부 본부장
2004년 LG상사 패션&어패럴부문 부문장
2006년 LG패션 대표이사 사장
2012년 LG패션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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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