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유혜진 기자]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제약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찬밥 신세에 처했다.
제약업계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에만 3~4명의 애널리스트들가 퇴사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형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약회사들로 편성돼있는 의약품업종 지수는 지난 2008년말 3396.58에서 이날 3284.46로 3.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24.47에서 2001.21로 77.96% 급등한 것과 반대로 움직인 것.
제약업계가 장기간 침체에 빠져있는 것이 이같은 주가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약업종 대표주인 한미약품은 지난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로 돌아선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녹십자와 유한양행의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53%와 36% 감소했다.
이같은 장기부진의 출발은 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던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부터 시작됐다. 리베이트 단속은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영업 위축으로 나타났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약의 침체기는 2009년 하반기 리베이트 조사를 시작으로 본다"며 "최근까지 2년이 넘는 장기간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가 약가인하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1만 3814개 건강보험 의약품 중 47.1%에 해당하는 6,506품목의 가격을 평균 21%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을 제외한 상위 제약회사의 추가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들도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 고민중인 셈이다.
우영무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모든 산업에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제약의 경우 정부 규제에 의한 침체기로 자연스러운 경제 사이클로 보기 어렵다”며 “물론 개인적인 사유가 있겠지만 제약 산업의 오랜 침체기가 담당 섹터를 바꾸는 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 전반의 침체가 길어지다보니 제약 애널리스트가 추천할 수 있는 해당산업의 종목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펀드 매니저가 관심을 갖고 매수할 수 있는 종목이 거의 없다보니 바이오와 같은 다른 섹터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해 제약 담당에서 업계로 이동한 인력은 대형증권사에서만 4-5명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담당 연구원 역시 "산업 전반의 부진으로 담당 연구원을 찾는 수요가 적어져 세일즈가 되지 않다보니 실제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연구원 특성상 담당 전문분야가 있기 때문에 업종을 바꾸는 경우보다는 다른 직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자체의 규모가 작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 투자증권 센터는 “업종 자체의 규모가 크면 침체기가 길어도 기대심리를 갖고 기다릴 수 있는 메리트가 있지만 제약업종은 그러기엔 규모가 작다”며 “실제 제약 업종을 맡고 있다가 현재 유통과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 옮긴 연구원이 사내에 여럿 있다”고 말했다.
임노중 솔로몬 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제약의 경우 워낙 시장 규모가 작아 주니어 때 거쳐 가는 섹터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며 “연륜이 쌓이면 큰 섹터로 가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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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유혜진 기자 (beutyfu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