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사업·유엔아이 경영진으로 주목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 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핌=배군득 기자]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현대그룹에서 현정은 회장의 뒤를 잇는 여성 경영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뚝심’으로 대변되는 리더십도 한 몫 하고있다. 현대가의 전통 DNA격인 '뚝심'을 정 전무도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의 일반적 평가다.
그녀의 인생은 다른 재벌 오너 3세와 달리 굴곡이 많은 편이었다. 지난 2003년 아버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타계라는 비보는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때까지 그녀의 꿈은 광고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그녀는 지각이나 결석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학업태도로를 보였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재벌가 자녀라는 일부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예의를 갖춰 주변 친구와 교수에게도 나무랄데 없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학원 석사 논문 제목조차 ‘광고와 퍼블리시티의 시너지 효과 연구’라고 제출할 만큼 광고에 열의를 가진 평범한 재벌가 딸은 2003년 ‘3세 경영인’으로서 인생을 갈아타는 일대 사건을 겪는다. 갈림길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순간을 운명적으로 맞았다.
아버지의 사망은 장녀인 정 전무에게는 충격과 함께 새로운 삶을 여는 중요한 시점이다. 당시 고 정 회장 사망 후 그룹을 이어받은 어머니 현 정은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등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다는 점도 정 전무에게 닥쳐온 시련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읽게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이듬해인 2004년 현대상선 재정부 평사원으로 입사한다. 이후 현대유엔아이 전무까지 약 3년간 시련속 도전을 통해 지금의 ‘정지이’가 탄생했다.
이 기간동안 정 전무는 두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으면서 전문 경영인의 확고한 발판을 마련한다. 바로 첫 대북 사업에 참여한 2005년과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승진한 2007년이다.
정지이 전무에게 있어 대북 사업은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정 전무(맨 오른쪽)가 지난 2009년 8월 방북당시 현정은 회장,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료사진> |
그녀에게 2005년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방불케 한다. 앞으로 정 전무가 여성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하는데 있어 2005년은 받드시 회자될 것이라는게 재계 안팎의 반응이다. 그만큼 정 전무는 2005년에 많은 족적을 남기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녀의 첫 승진 역시 2005년이다. 대리를 거쳐 회계부 과장을 지낸 뒤 2006년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 상무로 승진, 2007년에는 전무에 올랐다. 단순한 초고속 승진은 아니다. 자질 역시 평가받았다.
다시 2005년으로 거슬러가면 당시 사회적 이슈는 고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소원해진 대북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렸다.
이 시기에 정지이 전무(당시 현대상선 과장)가 어머니 현정은 회장과 북한을 방문한다. 대북 사업과 관련해 정 전무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던 때가 바로 이 시기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베일에 쌓인 정 전무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2005년 7월 16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접견 이후다.
정 전무는 당시 오찬을 겸해 이뤄진 고 김 위원장과 접견 후 촬영한 기념사진에서 현 회장과 함께 나란히 서며 주목을 받았다. 앞서 4월 26일 진행된 1차 개성시범 관광에서도 정 전무는 현대측 인사에서 현 회장 다음으로 주목 받는 인사로 꼽혔다.
이후 정 전무는 현 회장의 대북 사업마다 수행비서와 같은 역할로 ‘그림자’를 자처한다. 정 전무의 동행이 현 회장으로서는 맏딸이나 비서와 같은, 의미 그 이상을 갖는 듯한 분위기도 이때부터 형성됐다고 재계에서는 본다.
결국 정 전무가 현대그룹 여성 경영인이라는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고, 새로 시작하는 대북사업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명분을 세우는 포석이 이때 깔린 셈이다.
2005년은 현 회장이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져 나가는 시기였다는 점에서 별 이견은 없을 것 같다. 현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는 상황론에서다. 2003년 남편 타계 직후 KCC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현대그룹 마지막 가신이라 불린 김윤규 당시 현대아산 부회장을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등 나름 강단있는 모습을 재계안팎에 보였다.
이런 와중에 정 전무는 현 회장에게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은 물론, 모녀로서 여성으로서 심리적 후원자 역할을 제대로 해준 것이다.
정 전무의 또 다른 기회는 2007년에 찾아온다. 바로 현재까지 몸 담고 있는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승진한 시기다. 현대유엔아이 설립 취지가 정 전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2007년은 경영과 리더십의 정점을 찍은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정 전무의 현대유엔아이는 매년 가파른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며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5년 설립 당시 매출 103억원이던 것을 불과 5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의 튼실한 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특히 정 전무가 승진한 2007년부터 비 그룹 계열사와 거래 비중을 40% 내외로 늘려가며 독자 생존에 무게를 두고 있어 그녀의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현대그룹 한 관계자는 “정 전무는 소탈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한번 추진한 사업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완수하는 뚝심이 강점”이라며 “그동안 아픈 일도 겪고 현 회장의 어려운 시기도 바로 옆에서 보아온 만큼 성숙한 경영인으로 거듭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약력>
1977년 12월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 학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2004년 현대상선 입사
2005년 현대상선 과장
2006년 현대유엔아이 기획실 실장
2006.12 ~ 현재 현대유엔아이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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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