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 내수 침체에 이어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경기 급랭에 대한 우려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3월 광공업생산지표가 발표된 이후 국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을 넘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3월 광공업생산지표 발표에 앞서 올해 1~3월을 더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지난해 4/4분기보다 개선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월말 발표되는 3월 광공업생산지표는 이미 알려진 정보로 추정되면서 비교적 밋밋한 숫자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렇지만 3월 광공업생산 지표가 막상 발표되면서 언론은 물론 시장, 정부 당국 역시 모두 최소한 어리둥절하거나 충격(Shock)를 받았다.
◆ 3월 광공업생산 계절조정 전월비 3.1% 급감 ‘충격’(Shock)
무엇보다 ▲ 3월 광공업생산 지표 자체가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왔고 ▲ 좋지 않은 수준을 넘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고 ▲ 더 나아가 감소폭 역시 일반적인 통계상의 예상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통계청(청장 우기종)이 발표한 3월중 광공업생산은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월비 3.1% 급감, 지난해 12월 0.6% 감소한 이래 석달만에 다시 감소했다. 올들어 광공업생산은 지난 1월 3.2% 급증했고, 2월에는 0.6% 증가했었다.
이같은 결과가 더해지면서 시장의 경기에 대한 판단은 급격히 비관적인 수준으로 치닫게 됐고 1/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에 대한 신뢰 역시 훼손되기에 이르렀다. 계절조정한 월단위 지표가 0.5% 이상 넘어가면 등락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4월 수출마저 2개월째 마이너스(-)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오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거두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망과 침체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정부 역시 3월 광공업생산이 발표되자 급하게 서둘러 다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배경브리핑을 개최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경우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이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6일 발표한 1/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한 차례 배경브리핑을 했고, 3월 광공업생산을 발표한 4월 30일 배경브리핑을 가졌다.
통상 경기와 관련해서는 장차관의 간담회 등에서 거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기적인 광공업생산과 관련해서는 담당과에서 평가자료를 내는 정도에서 그쳤던 것에 비추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1/4분기 경제지표가 어떻게 발표되는지를 살펴본 뒤 향후 경기에 대해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좌표로서 1/4분기 지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 2월과 달리 3월의 광공업생산이 어떤 요인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느냐는 것과 ▲ 어떻게 해서 감소폭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충격적으로 커졌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상목 국장은 “과거의 예를 보면 경기가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전년동월비와 전월비 기준의 수치들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며 “2,3월 등 월별변동성에 따라 월희월비(月喜月悲)하지 말고 분기단위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통계청 계절조정 월간지표, 변동성 너무 크다
그렇지만 경기 관련 통계치의 대부분이 월별로 조사하고 집계해서 발표되고 이 지표를 통해 경기상태를 살펴본다. 이는 경제수준이나 금융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더욱 그렇다.
또 월간 단위 지표가 주는 유효성이 있고 분기 단위에서 집계할 수밖에 없는 통계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GDP 지표가 그런 경우이다.
그리고 월별 경제지표들의 경우 잠정치로 발표하면서 속보성에 의미성에 의미를 두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통계적 안정성과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이른바 ‘계절성’을 제거하는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서 월별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기법을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등을 위시하여 계절성이 담긴 전년동월비 지표보다는 계절성을 제거한 전월비 기준의 통계지표를 주된 지표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보조지표로서 전년동월비 통계를 활용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경기지표, 특히 광공업생산의 경우 전년동월비보다는 전월비 기준을 주된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통계청이나 재정부 등에서도 전월비 기준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전년동월비 등락은 보조지표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경기국면이 바뀔 때에는 전년동월비보다는 계절조정된 전월비를 파악해야 경기흐름을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그간의 주된 논리였다.
그러나 3월 광공업생산지표는 이런 논리를 뒤엎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올들어 1, 2, 3월까지 석달 동안 광공업생산의 계절조정 전월비가 급등락하면서 변동성을 크게 보인 것이다.
계절적 일시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계절조정된 전월비 기준 광공업생산지표를 사용한다는 게 통계청의 논리였는데, 오히려 전월비 지표의 변동성이 커져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경기 국면이 바뀔 경우 엇갈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3월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분기 단위로 살펴보면 나아진 것”이라는 정도의 군색한 답을 내놓았다.
또 3월의 경우 ‘일시적 요인’을 발굴하여 드러내는 자세를 보이기는 했다. 예를 들어 호남석유화학의 정기보수, 정부의 약값 인하 발표, 강수일수의 증가, 금속가공생산의 기저효과, 그리고 5월 갤럭시 등 신제품 출시에 따른 IT업종의 재고조정 등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박재완 장관이 발언했듯이 “1-2월에는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3월 들어서서 힘이 부치는 것 같다”고 경기 우려에 대한 시장과 언론 및 분석가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 전월비 월간지표 변동성 왜 커지나? 통계청 답 못 내놔
그렇지만 3월중 광공업생산과 더불어 소비 및 투자지표가 나빠지면서 경기우려가 커졌다는 것에 대한 수용이기는 하지만, 전월비 통계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딱히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는 통계청이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만, 특히 올들어 벌어지고 있는 전월비 기준 계절조정 통계지표들의 월간 변동성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전월비 기준 광공업생산지표의 월간 변동성 확대에 대해 두 가지 정도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및 산업구조의 변화, 이런 와중에 계절성의 변화요인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거나 ▲ 통계기법상 월별 지표에 대해 계절조정을 과도하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분석가는 “올들어 광공업생산은 전월비 계절조정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통계청의 통계 숫자에 안정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이 분석가는 “광공업생산 원지수의 경우 별반 다르지 않는데 계절조정한 전월비 자료는 1월과 2월, 그리고 3월까지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통계청이 과도하게 계절조정에 대해 통계 마사지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 숫자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계절조정 전월비 기준의 지표를 폐기하고 마지못해 오히려 계절성이 있더라도 전년동월비 숫자를 활용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의 경우 분기단위여서 석달을 평균화하게 되면 월별보다는 변동성이 적어 크게 다르지 않지만, 통계청의 월별지표들은 계절조정을 잘못할 경우 커다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의 분석가는 “다른 지표도 그렇지만 경기의 대표적인 광공업생산 지표의 경우 과도하게 계절조정 효과가 큰 것 같다”며 “이렇게 과도하게 계절조정 효과가 클 경우 통계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계청의 계절조정 효과가 과도하게 크다는 것은 그만큼 이면에는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경제 및 산업 구조상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 변화요인을 통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대표적으로 조업일수 변화를 글로벌 위기 때 자료를 쓸 경우 최근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통계청은 산업활동동향자료에서 ‘자료 이용상의 유의사항’을 통해 단기의 경기변동 동향분석(전월전기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계절조정을 이용했다고 밝히면서, 계절조정계열에도 불규칙요인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용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적어 놓고 있다.
또 2005년 기준 광공업생산지수를 산출할 때 계절조정지수는 특정통계방식(X-12-ARIMA)를 적용해 계절요인, 명절요인, 조업일수 요인을 제거하니, 통계를 이용할 때 유의해 달라고 밝혀 놓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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