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그리스 디폴트 위기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재발하면서 국내 외환금융 및 자본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닷새째 상승하면서 1150원을 상향 돌파, 상향 변동성을 키우며 넉달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도 속에서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하향 돌파, 역시 넉달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아흐레째 순매도를 지속, 위험자산을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지속한 가운데 2조원 이상 팔았다.
특히 외국인들은 프랑스 대통령 선거 이후 좌파 정권이 집권하게 된 이후 매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 및 통화정책 수장들도 환율 변동성에 우려를 표시하는가 하면 유로존 사태를 주시하면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내보내기에 이르렀다.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서울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개발정책학회 창립학술회의> 축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시장이 유로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펀더멘탈에 비해 커져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재완 장관은 지난 10일 뉴스핌이 창립 9주년을 맞아 첫 번째 국제포럼으로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서울 이코노믹 포럼>에서 특별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과거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으며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주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40원을 돌파했던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1150원선을 상향 돌파한 시점에서 박재완 장관의 환율에 대한 관점이 바뀐 셈이다.
이날 박 장관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최근 변동폭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과민하다고 생각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이날 국내 거래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898.96으로 전날보다 14.77포인트, 0.77% 하락하며 마감, 지난 1월 18일 1892.39이래 넉달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1691억원을 순매도, 지난 5월 2일 이래 아흐레째 매도우위를 보이며 2조원 이상으로 순매도 규모가 커졌다.
또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3.60원으로 전날보다 4.70원 상승하며 마감, 종가기준으로는 지난 1월 17일 1154.70원 이래 넉달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으로는 1156.80원까지 상승하면서 지난 1월 12일 1161.10원 이래 역시 넉달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4.00원으로 전날보다 5.10원 급등하며 단숨에 1150원을 상향 돌파하며 출발한 뒤 1156.70원까지 치솟았다. 그렇지만 박재완 장관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전해지면서 매수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 이후 상승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박재완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 매수세들이 다소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일 경우보다 1150원을 상향 돌파하고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컸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딜러는 “유로존 사태가 재발되고 그리스의 연정 구성 실패로 디폴트와 더불어 유럽연합 탈퇴설이 나오는 등 시장이 다소 흉흉한 상태”라며 “프랑스에서 좌파정부가 들어서면서 아직 정책노선이 구체화되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유로존에서 급박한 사태가 오면 뉴욕의 주가변동성과 더불어 유로/달러가 급락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 원/달러도 반응을 하고 있다”며 “개장초 갭업 등을 했다가 장중에는 유로의 변동성을 보면서 거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EU 탈퇴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26개 은행에 대해 무더기로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재정위기와 더불어 국채 및 은행 위기까지 더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국민들의 욕구가 분출하고 그간 고통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면서 정권 교체를 이뤘다는 점, 또 독일 역시 지방선거에서 수세에 몰리는 등 유럽인들의 긴축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면서 시장도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16일 열리는 프랑스와 독일간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올랭도 당선자의 공식적인 정책노선이 외교 관계 속에서 공식화되면서 유로존의 향후 위기극복 여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당국이 개입을 한다고 해도 유로존 사태가 어떻게 확산될지 누그러질지 알 수 없는 상태여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당국 역시 물가 부담이 아직은 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출동력 회복을 위해 시장패닉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유로 사태를 보면서 상승폭을 조율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유럽사태 악화 가능성으로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역내 금융시장이 건전하고 금융안전망이 강화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총재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개최된 '제2차 금융안정위원회(FSB) 아시아 지역자문그룹회의'에 참석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정정불안 등 유럽사태 악화 가능성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역내 금융시장이 건전한 데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 등 역내 금융안전망이 강화됐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 총재와 FSB 회원들은 유로은행들의 디레버리징이 아시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유로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디레버리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신중한 모니터링과 함께 정보교환과 정책공조를 강화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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